부친, 대선 출마 시사에 대변인 "집권당 당원 될 계획 없어" 부인
내달 15일까지 후보 등록 가능…배우 출신 도마고소 마닐라 시장도 출사표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내년 필리핀 대선 후보 등록이 한창인 가운데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의 딸인 사라 다바오 시장의 출마 여부를 놓고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라 시장의 대변인인 크리스티나 가르시아 프라스코는 "현재 또는 가까운 미래에 집권당인 'PDP 라반'의 당원이나 기수가 될 계획이 없다"면서 사라 시장이 대선 출마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올해 43세인 사라는 현재 필리핀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인 다바오 시장을 맡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두테르테는 내년 선거에 부통령 후보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딸의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당시 두테르테는 딸이 부통령 후보 등록을 마친 크리스토퍼 고 상원의원과 러닝메이트로 대선에 출마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변한 바 있다.
그러나 사라 시장은 당일 다바오 시장직에 재출마하겠다며 후보 등록을 마쳤다.
또 다음날에는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AFP통신의 질문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사라 시장의 대변인도 대선 출마설에 선을 그으면서 그의 대권 도전 여부를 놓고 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행 선거법상 다음달 15일까지 후보 등록을 철회하고 다른 선출직에 출마할 수 있기 때문에 대권 도전 가능성은 계속 열려있는 상황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특히 두테르테가 대통령 취임 직후 주도한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사법처리 및 각종 형사 소송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딸을 후임 대통령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15일 ICC는 필리핀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을 반인륜 범죄로 규정하고 정식 조사에 나서겠다는 검사실의 요청을 승인했다.
필리핀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대대적인 마약 범죄 소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6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사라 시장은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집권당의 부통령 후보로는 두테르테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최측근인 고 상원의원이 출마 등록을 마쳤다.
그러나 고 상원의원은 지지층이 취약하고 여론 조사에서도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사라 시장이 독재자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이름을 물려받은 그의 아들과 러닝 메이트를 이뤄 대선 가도에 뛰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된다.
전직 상원의원인 마르코스는 2016년 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지만 지난달 펄스 아시아의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및 부통령 후보 지지율에서 각각 2위와 4위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필리핀 북부 지역에서 강력한 지지 기반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내년 대선 후보로는 필리핀 복싱 영웅인 매니 파키아오 상원의원이 가장 먼저 등록을 마쳤다.
이어 배우 출신인 프란시스코 도마고소 마닐라 시장도 전날 후보 등록을 완료했다.
필리핀 대통령은 6년 단임제이며 대통령과 부통령은 선거를 통해 따로 선출한다.
필리핀은 내년 5월 선거를 통해 정·부통령을 포함해 1만8천명에 달하는 상·하원 의원과 정부 관료들을 대거 선출한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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