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 무역정책, 구체성 결여…당근과 채찍 이어질듯"

입력 2021-10-05 11:58  

"미국의 대중 무역정책, 구체성 결여…당근과 채찍 이어질듯"
홍콩매체 "미국 변화 기대했던 이들 좌절"…"선택적 탈동조화 불가피"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8개월여만에 나온 대(對)중국 무역정책에 대해 구체성이 결여돼 있으며, 미국이 당근과 채찍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고 홍콩매체가 보도했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의 대중 (무역)정책에 구체성이 결여돼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부터 변화를 기대했던 이들이 좌절했다"고 전했다.
앞서 타이 대표는 4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의 고율관세 유지와 1단계 무역합의 준수를 골자로 하는 대중 통상전략의 골격을 공개했다.
SCMP는 "타이 대표가 일부 중국 제품의 관세를 면제하는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세부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의 좌절감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부과된 대중 관세가 중국의 행동을 변화시키지 않았으면서 미국 경제에 피해를 안겼다는 시각에 기인한다"며 "그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시대의 많은 정책을 서둘러 철폐하면서도 관세 철폐에서는 너무 굼뜨다고 주장한다"고 부연했다.
앞서 트럼프 전 행정부는 '표적 관세 배제' 제도를 통해 중국 수입품 외에 대안이 없는 경우 관세 적용의 예외로 했으나, 이는 작년 말 시한이 만료됐다.
SCMP는 "타이 대표의 발표를 지켜본 많은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타이 대표, 다른 행정부 관리들이 관세를 비롯해 대중 무역에서 논란이 되는 문제들과 관련해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에 대한 세부사항이 여전히 결여된 것처럼 보이는 것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4일 펜실베이니아대 현대중국연구센터 주최 행사에서 나온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투자회사 매튜스 아시아의 앤디 로스먼 전략가는 해당 행사에서 "타이 대표의 이날 발표가 바이든 행정부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이뤄졌다면 만족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부터 경제학자들이 진행한 연구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미국인들이 (대중) 관세를 지불하고 있다고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행사에서 미중비즈니스카운슬의 애나 애슈턴은 "우리는 고작 미국이 지금까지 해온 것을 앞으로도 계속하겠다는 얘기를 들으려고 9개월을 기다려왔다"며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준수를 강조한 결정은 해당 합의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실제로 이익이 되느냐 등 모든 문제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관세를 유지해야하는데, 오히려 미국 정부가 다국적 협력 차원에서 이를 지키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SCMP는 전했다.
해당 행사에서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미국 아시아정책연구소 부소장은 "타이 대표의 발언은 미 행정부가 미중 무역관계와 관련해 '대기 상태'에서 적극 행동쪽으로 옮겨갔음을 보여준다"면서 "다만 그의 이번 발언은 미중 관계에서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최종 결정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SCMP는 또다른 기사에서 대중 통상전략 발표가 지연된 것은 미 행정부 내 대중 전략에 대한 이견을 반영하는 것이며, 미국이 대중 무역 접근에서 당근과 채찍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중국 전문가 조지 매그너스는 SCMP에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준수를 검토하겠다는 것은 채찍이고, 관세 면제 절차를 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당근"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 푸단대 우신보(吳心伯) 국제문제연구원장은 "발표가 오랫동안 지연된 것은 관세를 둘러싼 바이든 행정부의 내부 경쟁을 보여준다"며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부과된 모든 관세와 제재 폐지를 계속해서 밀어붙일 것이라고 봤다.
이와 함께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 선 연구위원은 이 신문에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 무역 정책이 트럼프 때보다 매우 우호적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며 "선택적인 탈동조화(디커플링)가 불가피해보인다"고 전망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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