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델타 변이에 '코로나 제로' 포기…이제 중국만 남았다

입력 2021-10-05 11:54  

뉴질랜드, 델타 변이에 '코로나 제로' 포기…이제 중국만 남았다
규제반대 시위 등 여론 악화…봉쇄정책 한계 인정


(서울·오클랜드=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고한성 통신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근절하려고 노력했던 뉴질랜드가 전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사실상 두 손을 들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뉴질랜드가 델타 변이 때문에 '제로 코로나' 야망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이날 오클랜드 지역에서 코로나19의 경보 3단계 규제를 몇 주에 걸쳐 단계적으로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료회의 결정된 방침에 따라 우선 1단계로 5일부터 서로 다른 가구에 사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야외에서 만나는 게 허용된다. 다만 인원은 두 가구에서 10명을 넘어서는 안 된다.
또 유아원 등 조기교육시설도 한 번에 10명까지로 인원을 제한해 문을 열도록 하고 사냥 등 여가 활동도 10명이 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하다.
아던 총리는 이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전략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며 "델타로 인해 '0'(코로나19 신규 감염자)으로 복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규제만으로 그것을 빨리 달성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력한 봉쇄로 신규 감염을 근절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질랜드는 오클랜드에서 7주 동안 봉쇄 정책을 폈지만 코로나19 감염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했다.
오클랜드는 지난 8월 17일 델타 변이 감염 사례가 확인된 직후 코로나 경보 4단계 봉쇄령에 들어갔다가 지난달 22일 3단계로 하향 조정됐다.
뉴질랜드 보건부는 이날 델타 바이러스에 의한 코로나 지역사회 확진자 수가 오클랜드에서만 28명, 와이카토 지역에서 1명 등 29명이 새로 나왔다고 밝혔다.
오클랜드와 와이카토 일부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현재 2단계가 발령돼 있다.
오클랜드 주민들은 코로나19 봉쇄에 지친 상황이다.
지난 2일에는 오클랜드 주민 수천명이 야외에 모여 코로나19 규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악화한 여론뿐 아니라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점이 봉쇄 완화의 배경이 됐다.
뉴질랜드 보건부에 따르면 12세 이상 인구의 약 79%가 백신을 한차례 이상 맞았고, 12세 이상 인구의 48%는 2차례 접종했다.
아던 총리는 뉴질랜드 전역에서 백신 접종을 폭넓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적은 뉴질랜드는 다른 선진국들보다 백신 접종에서 늦은 편이다.
NYT는 뉴질랜드가 규제 완화를 결정함으로써 코로나19를 근절할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뉴질랜드는 올해 2월 말부터 약 6개월 동안 지역사회 감염자가 보고되지 않은 '코로나 청정국'으로 꼽혔다.
그러나 8월 델타 변이가 보고된 후에는 신규 감염자가 하루에 수십명씩 나왔고 앞으로 대면접촉 증가로 감염세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
또 뉴질랜드에서는 마오리족, 여러 섬 거주자 등의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마오리족 출신 작가이자 정치 평론가인 모건 고드페리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총리는 '우리가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며 바이러스가 이제 갱단, 임시주택 사회, 백신 미접종자들을 파고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질랜드에서 소외 계층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NYT는 뉴질랜드가 코로나19 정책을 전환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코로나 제로' 전략을 고수하는 주요 국가에 중국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이었던 싱가포르는 지난 5월 말 새로운 일상을 뜻하는 '뉴노멀'(New Normal)을 언급하며 검사와 백신 접종 등을 통해 코로나19와 공존하겠다고 선언했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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