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등 북 핵시설서 일부 움직임"…고급 피아노 수입도 확인

입력 2021-10-05 16:51  

"영변 등 북 핵시설서 일부 움직임"…고급 피아노 수입도 확인
영변·평산·강선 등에서 활동 포착…유엔, 신형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주목
"사치품 수입 거의 제로"라면서도 미확인 수입 시사…외제차 수입 조사 계속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올해 상반기 영변을 비롯한 북한의 여러 핵시설에서 유지·보수를 포함한 일부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유엔 보고서가 나왔다.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전반적인 활동이 예년보다는 감소하긴 했지만 해외에서 관련 기술과 자재를 조달하려는 시도는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4일(현지시간)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패널 중간보고서는 이와 같은 북한의 무기개발 현황은 물론 제재를 회피하는 사치품 수입 실태 등이 자세히 담겼다.

◇ 영변 재처리 시설 활동 관찰…강선도 차량 움직임 포착
북한이 경제난 극복에 집중하는 가운데서도 핵·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영변 핵시설의 5㎿ 원자로는 2018년 이후 가동 움직임이 없지만, 원자로 인근에서 차량이 계속 관찰됐다. 한 회원국은 유지·보수 목적의 차량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영변 핵시설 방사화학실험실에서는 올해 2월 이후 활동이 관찰됐다고 전문가패널은 밝혔다. 방사화학실험실은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과정과 연관된 시설이다.
유엔의 한 회원국은 석탄화력발전소와 재처리 구역을 연결하는 우회도로에서 열 신호가 감지됐다고 보고했다.
이는 방사화학실험실의 활동이 일정 수준으로 재개됐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이 회원국은 판단했다.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도 계속 가동 중이라고 전문가패널은 파악했다.
한 회원국에 따르면 경수로 외부 공사가 끝난 것으로 봤고, 또 다른 회원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 사이 일종의 실험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영변 외에 평산 우라늄 농축공장도 계속 운영 중이고,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유지·보수 활동이 관찰됐다.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선에서는 지속적인 차량 활동이 포착됐고, 핵무기 저장고로 알려진 용덕동에서는 신축 건축물이 탐지됐다.
한 회원국은 용덕동의 신축 건물이 장비 이동에 쓰이는 두 개의 터널 입구를 감추기 위한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 탄도미사일 발사 줄었지만 신기술 시험…해외부품 조달 '안간힘'
보고서는 예년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줄었다면서도 회원국 정보 등을 근거로 북한이 3월25일 탄도와 유도 기술을 결합한 신형 고체연료 미사일 체계를 시험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번 조사 기간인 올해 2월 6일∼8월 3일 사이에 북한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는 없었고, 단거리탄도미사일만 발사했다.
아울러 작년과 올해 초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2종과 초대형 ICBM에 대해서도 집중 분석했으나, 기존 발표나 보도에서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북한이 미사일 개발 현황을 감추기 위한 노력도 보고서에 담겼다.
한 회원국에 따르면 북한은 미사일 기지와 공장 등에서 지하 갱도, 벙커를 비롯한 다양한 위장 수단을 동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기 기술을 손에 넣기 위해 중국을 비롯한 외국 대학, 연구기관과 자매결연을 적극 활용한다는 사실도 적시됐다.
특히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핵무기에 사용될 수 있는 합성구조 또는 진동해석 분야의 선진 연구가 이러한 합작 연구를 통해 북한 과학자들에 손에 넘어갈 가능성을 우려했다.
전문가패널은 2019년 이후 북한 과학자들과 중국 대학들이 함께 발간한 11편의 과학 논문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부품 조달과 북한의 무기 수출에는 북한 국방과학원, 조선광업무역개발회사, 생필연합 등 해외에 주재하는 기관과 회사가 총동원됐다.
한 회원국 보고를 보면 조선기계무역총회사가 올해 1월 이후 최소 4차례 특정한 종류의 스테인리스강을 주문했는데 이는 액체연료 탄도미사일 엔진 또는 핵무기 포장에 사용될 수 있다.
북한과 주로 군사 협력을 하는 국가로는 시리아와 이란이 꼽혔고 북한산 무기는 주로 아프리카와 동남아로 수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문가패널은 북한의 다른 대량파괴무기(WMD)로 의심되는 안건에 대한 한 회원국의 보고를 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이 WMD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 사치품 수입 막혔지만 12억원 상당 외제차 수입 시도
코로나19 봉쇄로 사치품을 비롯한 소비재 수입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것으로 전문가패널은 파악했다.
특히 북한행 주류 운송이 지난해 초부터 사실상 중단됐다.
그러나 전문가패널은 확인하지 못한 사치품 수입이 계속됐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수입차 타이어와 부품, 건설·인테리어 자재, 김정은 국무위원장 일가의 별장을 위한 보급품 등이 수입됐음을 시사하는 언론 보도를 보고서에 인용했다.

북한의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600 승용차 2대 불법 수입 건에 대한 조사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전문가패널은 밝혔다.
이 차량을 판매한 이탈리아 회사는 북한행 마이바흐를 사 갔던 홍콩 소재 'LS 로지스티카&스펜디지오니 SRL'에 2017∼18년 메르세데스 S600, S650, S600 등 3대를 더 팔았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새로 보고된 차량이 북한에 들어간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밖에 중국 장쑤성해외기업집단이 2020년형 렉서스 LX570을 비롯한 100만 달러(약 11억9천만원) 상당의 고급 자동차들을 북한으로 수송하려는 시도에 관여했다고 한 회원국이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출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고급차들은 지난해 9월 말 북한으로의 수송에 앞서 중국 닝보에 도착했다.
이들 외제차 거래는 조선연합개발은행의 중국 주재원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문가패널은 전했다.
또한, 북한 국무위원회 연주단이 고급 그랜드 피아노로 보이는 악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사실이 북한 TV를 통해 알려졌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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