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셤 회고록서 공개…"백악관 비밀경호국 경악해"
"볼턴, 항의 표시로 판문점 회동 참석 안 해"
"트럼프, EU 정상들에 비호의적…독재자엔 집착"
(서울=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스테퍼니 그리셤은 2019년 6월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즉흥적인 결정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리셤 전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출간한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비화가 담긴 회고록 '이제 질문받겠습니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판문점 회동이 즉흥적인 결정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리셤은 2019년 6월 백악관 대변인이 되자마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수행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동'에도 동행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북한행이 전형적인 '트럼프 백악관 방식'이라고 거론하면서 판문점 회동이 마지막 순간에 진행됐다고 전했다.
한국 방문 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갑자기 트위터를 통해 만나자는 제안을 했고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판문점 회동으로 우리 작전팀과 백악관 비밀경호국(SS),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경악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북한행은 SS에 복잡한 안보 문제를 안겼고, NSC도 실망했다고 전했다.
그리셤은 당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판문점 회동을 부적절하게 여겨 항의의 표시로 동행하지 않았다면서 청와대를 빠져나갈 때 볼턴의 차량이 뒤쪽으로 빠지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북에 관해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지칭하며, 이로 인해 SS가 '심장마비'를 일으켰다고 전했다.
그리셤은 또 판문점 회동 당시 한국과 미국 측 정보를 얻기 위해 투입된 북한 취재진을 따라다닌 것과 북미 정상 기자회견 취재를 지원하기 위해 북한 경비원들과 몸싸움을 벌인 경험도 자세히 소개했다.
그리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한 당시 한미 정상 기자회견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그는 한미 정상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질문할 기자를 직접 지목하라고 하자 한 명(문재인 대통령)은 놀랐고, 다른 한 명(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뻐했다고 소개했다.
그리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행정부에서 가장 샅샅이 살펴보는 직책이 언론 담당관들이고, 언론 보도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밝혔다.
그리셤은 대변인으로 발탁된 초기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그때 UFO가 진짜인지 여러 차례 물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고 개인적인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넥타이에 굉장히 집착한다고 밝혔다.
그리셤은 방한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행기 좌석에 놓아둔 넥타이에 그리셤의 머리카락이 닿을까 무척 신경을 쓰면서 '넥타이에 아무것도 닿지 않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그리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서도 서술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 대부분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다고 기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대해 '쪼다 같은 사람'이라면서 늘 화가 나 있다고 말했다고 그리셤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율리 마우러 스위스 연방 대통령에게는 풍력발전을 하는 풍차가 스위스의 풍경을 망치고, 새들을 모두 죽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클로드 융커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게는 중국이 EU보다 다루기가 쉽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리셤은 유럽 정상들을 대하는 것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독재자에 집착하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미중 갈등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꽤 잘 지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한두 번 미소를 짓기도 했다고 밝혔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그리셤은 2019년 일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회담했을 때 언론을 의식했던 일화도 전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시 푸틴 대통령에게 "나는 몇 분간 당신에게 약간 더 강경하게 행동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카메라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며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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