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지방선거서 범좌파 진영 '판정승'…정국 주도권 확보

입력 2021-10-05 19:50  

이탈리아 지방선거서 범좌파 진영 '판정승'…정국 주도권 확보
밀라노·나폴리·볼로냐 등 주요 도시 승리…로마는 결선투표로
우파연합 수장 살비니 "반성해야" 패배 인정…민주당 약진 주목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주요 도시 6곳의 시장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범좌파 진영이 우위를 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현지시간) 개표가 완료된 밀라노는 민주당(PD) 주도의 좌파 연합 후보인 주세페 살라 현 시장이 57.73%를 득표해 재선에 성공했다.
또 볼로냐와 나폴리에서는 좌파 연합과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M5S)이 내세운 단일 후보들이 나란히 60%가 넘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탈리아 정계의 '뉴스메이커'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이끄는 극우당 동맹(Lega)을 필두로 한 우파연합은 이들 3곳에서 20∼30%대의 득표율로 범좌파 진영에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로마와 토리노, 트리에스테 등 3곳은 어느 후보도 과반을 득표하지 못해 오는 17∼18일 1∼2위 간 결선 투표를 통해 당선자를 가리게 됐다. 모두 좌·우 연합 간의 대결이다.
이번 투표 결과를 토대로 보면 로마의 경우 박빙 승부가 예상되고 토리노는 좌파 연합이, 트리에스테는 우파연합이 각각 근소한 차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은 일단 범좌파 진영이 주요 도시 6곳 중 3곳의 지방 권력을 가져가면서 사실상 판정승했다는 관전평을 내놓고 있다.



특히 우파연합의 정치적 거점이자 이탈리아 제2 도시인 밀라노와 남부의 중심축인 나폴리에서 승리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그동안 우파연합의 기세에 눌려있던 좌파 진영이 내년 혹은 내후년으로 예상되는 총선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확보할 기회를 맞았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주요 정당별 성적은 민주당의 약진, 오성운동의 참패, 동맹의 위축으로 요약된다.
원내 1당인 오성운동은 이번 선거에서 로마와 토리노 시장직을 모두 잃어 체면을 구겼다.
무엇보다 수도 로마 시장직 수성에 실패한 것은 뼈아프다.
2016년 지방선거에서 로마 역사상 최초의 여성 시장으로 선출되며 주목을 받은 비르지니아 라지는 공약인 쓰레기·교통·주거 안정 등 어느 것 하나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난 속에 결국 재선에 실패했다.
그는 19%의 득표율로 주요 후보 4명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는 수모를 당했다. 토리노에서도 오성운동 후보가 3위에 머물며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오성운동은 이에 더해 우파연합에 대항하기 위해 로마·토리노 역시 단일 후보를 내자는 민주당 제안을 거절하고 독자 출마를 결정하면서 선거 참패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동맹의 하락세도 확인됐다.



동맹은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34%를 득표하며 이탈리아 정당 중 최다 득표했고 이후에도 한동안 30%대의 정당 지지율을 보이며 우파연합의 '맏형'으로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대안 정치 세력이라는 믿음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최근에는 지지율이 20%대까지 미끄러지는 등 수세에 몰렸고 이는 이번 선거에서 우파연합의 저조한 득표율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살비니 상원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변명은 제쳐두고 먼저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선거 패배를 인정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기대 이상의 선거 결과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총리를 지낸바 있는 엔리코 레타 민주당 대표가 중부 토스카나주 시에나 지역구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며 리더십 부재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도 호재다.
보궐선거에서 패하면 당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언했던 레타 대표는 "이번 선거는 우리가 우파연합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승리를 자축했다.
다만, 이번 선거 결과가 좌우 정당들이 모두 참여하는 마리오 드라기 총리의 '무지개 내각'을 약화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편, 10대 때 마피아에 모친을 잃은 개인사를 계기로 마피아 척결 공약을 내걸고 나폴리 시장 선거에 출마해 큰 관심을 끈 여성 변호사 출신 좌파 정당 후보 알레산드라 클레멘테는 5.6% 득표, 4위의 기록으로 '여정'을 마무리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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