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조사위원회, 보고서 발표…"가해자 3천명 중 ⅔가 성직자"
"가톨릭 당국, 체계적인 방법으로 은폐"…교황 "깊은 유감" 표명
(파리·로마=연합뉴스) 현혜란 전성훈 특파원 = 프랑스 가톨릭에서 지난 70년간 사제와 교회 관계자 등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아동이 "33만명"에 달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가톨릭 당국은 일부 성직자들이 저지른 아동 성 학대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도록 지난 수십 년 동안 "체계적인 방법"으로 은폐한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 가톨릭 성 학대 독립조사위원회(CIASE)는 5일(현지시간) 2천500장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AP, AFP 통신 등이 전했다.
보고서는 프랑스 가톨릭교회에서 성적 학대를 당한 미성년자가 21만6천명이고 교회가 운영하거나 교회와 연계된 기관에서 발생한 학대까지 합치면 33만명으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1950∼2020년 사이 가톨릭 내부에서 발생한 아동 성 학대 가해자는 최소 3천명으로 파악됐으며 이 중 3분의 2는 성직자였다.
피해자의 80%는 10∼13세 소년이었고, 가해자가 기소돼 법적 처분을 받기는커녕 내부 징계조차 받지 않은 사례가 수두룩했다.
장마르크 소베 조사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적 학대를 당한 남녀의 약 60%는 감정이나 성생활에 어려움을 마주한다"며 "이는 아주 심각한 결과"라고 말했다.
소베 위원장은 "교회가 피해자들에게 빚을 졌다"고 지적하며 오랜 세월 침묵해온 교회가 강력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2000년대 초까지 가톨릭 측이 피해자들에게 보여준 태도는 "심각하고, 잔인하고, 무관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간 자행된 행동을 덮어놓은 침묵의 베일이 마침내 벗겨졌다면 이는 피해자들의 용기 덕분"이라고 말했다.
조사위원회는 보고서에 교회법 개정, 피해자를 인정하고 보상하는 정책 등을 담아 가톨릭 내 아동 학대 예방을 위한 권고사항 45개를 넣었다.
프랑스 주교회의는 가톨릭 내 어린이 성 학대 사건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자 2018년 11월 조사위원회를 설치했다.
법조계, 의학계 등 다양한 분야 인사 20여명으로 구성된 조사위는 직통 전화를 개설해 17개월 동안 6천500통의 제보를 받았다.
에릭 드 물랭 보포르 프랑스 주교회의 의장은 간담이 서늘한 조사 결과라며 학대를 당한 모두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보고서를 접하고 나서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고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이 밝혔다.
교황은 가장 먼저 피해자들의 상처를 생각했고, 겪은 일을 고발한 용기에도 감사를 표했다고 브루니 대변인이 전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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