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당 '동맹' 부동산세 내용에 반발…내각회의 집단 보이콧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연립정부가 주요 도시의 지방선거를 마치자마자 조세 개혁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는 모양새다.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정부는 5일 오후(현지시간) 내각회의를 열어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부동산세 등 10개 항목으로 구성된 조세 개혁 법안을 의결했다.
조세 제도를 단순화·효율화해 탈세를 차단하고 공평성 및 투명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시민들의 관심이 큰 소득세 부분에서는 중산층 세율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안이 담겼다고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법안은 상·하원 의결을 거쳐 정식으로 법제화되며, 의회 의결 시점으로부터 18개월 이내에 시행돼야 한다.
정부는 애초 7월 말까지 개혁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세부 내용에 대한 연정 구성 정당 간 이견으로 두 달 넘게 지연됐다.
최대 쟁점은 부동산세 개혁이었다. 과세 기준이 되는 부동산 가치 평가 방식을 방 개수에서 면적(㎡)으로 변경해 시세에 부합하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유럽연합(EU)도 이탈리아의 부동산 가치가 시세보다 지나치게 낮게 평가돼 조세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며 개선을 권고해왔다.
하지만 연정의 일원인 극우당 동맹(Lega)은 이처럼 평가 방식을 바꾸면 부동산 관련 세금이 매우 증가할 수 있다며 수정을 요구해 연정 내 갈등이 촉발됐다.
마시모 가라발리아 관광장관 등 동맹 소속 장관들은 이날 오전 회람된 조세 개혁 법안에 자신들이 반대해온 부동산 개혁안이 그대로 담기자 내각회의 불참으로 응수했다.
지난 2월 '좌·우 동거 정부'인 드라기 내각이 출범한 이래 정책적 갈등으로 특정 정당 장관들이 집단으로 내각회의를 보이콧한 것은 처음이다.
드라기 총리는 내각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를 "심각한 사태"로 규정하고 동맹 당수인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법안에 2026년까지는 지금의 부동산 세금 부과 체계에 어떤 변화도 없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며 당분간 세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살비니 의원도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내각이 의결한 개혁안 내용이 기존에 합의된 것과 다르다고 반박하면서도 연정 위기를 초래할 의도는 없다고 수위를 조절했다.
현지 정가에서는 3∼4일 로마·밀라노·나폴리 등 6개 도시의 시장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동맹이 이끄는 우파연합이 사실상 참패한 상황에서 불거진 이번 연정 갈등의 향배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2023년 예정된 총선에 앞서 민심 중간 점검 성격으로 치러진 이번 지방선거에서 크게 약화한 지지세를 확인한 동맹이 연정을 흔들어 국면 전환을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