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개발된 최초 백신…인류난제 극복 역사적 첫발
한해 41만명 사망…감염·사망 94%가 아프리카에 집중
(제네바·서울=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이재영 기자 = 세계보건기구(WHO)가 말라리아에 걸릴 위험에 처한 어린이들에게 광범위하게 백신을 접종하라고 6일(현지시간) 권고했다.
한해 40여만명의 목숨을 빼앗지만 인류가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말라리아를 정복하기 위한 역사적 첫발을 뗐다는 평가가 나온다.
WHO가 광범위한 접종을 권고한 말라리아 백신은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연구진이 1987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RTS,S/AS01'(모스퀴릭스)이다.
WHO는 5개월 이상 된 어린이에게 RTS,S/AS01 4회분을 접종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와 '열대열말라리아원충'(Plasmodium falciparum) 때문에 말라리아 전염도가 높은 지역 아동에게 사용을 권했다.
GSK는 비영리단체인 'PATH 말라리아 백신 이니셔티브'와 협력해 지난 30년간 RTS,S/AS01을 개발·발전시켜왔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와 전 부인 멀린다가 설립한 자선재단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도 자금을 지원했다.
이 백신은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원인 기생충 가운데 하나인 열대열말라리아원충이 사람 혈관에 들어오면 면역체계를 작동시키고 간세포를 감염시키는 것을 방지하는 형태로 작동한다.
열대열말라리아원충은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100여개 원충 중 가장 치명적이다.
WHO는 RTS,S/AS01이 어린이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중증 말라리아와 말라리아로 인한 입원을 두드러지게 감소시킨다고 설명했다.
이날 WHO 권고는 2019년부터 가나, 케냐, 말라위 등 3개국에서 실시된 대규모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WHO에 따르면 의료·보건환경이 좋은 사업지역에서도 백신접종으로 중증 말라리아가 30% 감소하는 효과가 나왔다.
이 시범사업으로 현재까지 어린이 80만명이 총 230만회분의 RTS,S/AS01를 접종받았는데 뚜렷한 안전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RTS,S/AS01는 지난 8월 발표된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로는 말라리아 예방약을 동시에 사용하면 입원 또는 사망이 7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RTS,S/AS01는 앞서 2015년 유럽의약품청(EMA) 사용승인을 받기도 했다.
EMA에 따르면 아프리카 7개국 어린이 1만2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RTS,S/AS01 3회분 접종 후 1년간 '6~12주 유아 접종자'와 '5~17개월 유아 접종자' 사이에서 말라리아에 걸린 유아 수가 각각 24%와 43% 더 적었다.
RTS,S/AS01는 B형간염 항체를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고 EMA는 덧붙였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어린이 보건과 말라리아 통제에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말라리아 방역을 위한 기존의 도구들과 함께 이 백신을 사용하면 매년 수만 명의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WHO는 RTS,S/AS01를 광범위하게 보급하기 위한 세계보건계의 자금지원 결정과 RTS,S/AS01를 말라리아 억제수단으로 도입하는 각국의 의사결정이 다음 단계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GSK는 2028년까지 매년 1천500만회분의 RTS,S/AS01를 생산비용에 5% 이하의 이윤만 더한 가격으로 생산키로 약속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말라리아는 한해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질병이다.
WHO에 따르면 2019년에만 2억2천900만건의 말라리아 감염사례가 있었고 40만9천명이 말라리아 때문에 사망했다.
말라리아는 특히 아프리카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2019년 말라리아 감염사례와 사망 94%가 아프리카에서 발생했다.
나이지리아, 민주콩고, 탄자니아, 부르키나파소, 모잠비크, 니제르 등 6개국에서 2019년 세계 말라리아 사망자 절반이 나왔다.
또 매년 5세 미만 아프리카 어린이 26만여명이 말라리아로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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