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알래스카 난타전 7개월 만에 화상 정상회담 합의

입력 2021-10-07 07:52  

미중, 알래스카 난타전 7개월 만에 화상 정상회담 합의
바이든 대중강경책에 중국 반발…양국관계 경색 이어져
바이든 9월 통화서 회담 제안했지만 불발…대면 아닌 화상 제안해 성사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백나리 특파원 = 갈등의 연속이던 미국과 중국이 연내 화상 정상회담 개최에 6일(현지시간) 전격 합의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이날 제3국인 스위스 취리히의 한 호텔에서 6시간짜리 회담을 진행한 후 나온 성과라는 게 미 고위당국자의 설명이다.
서로 마주보기로 합의하기까지 지난 1월 20일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후 근 9개월, 3월 18일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의 난타전 이후 약 7개월이 걸렸을 정도로 어렵사리 성사된 회담이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대중 강경책에 따라 미중은 '관세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충돌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대중국 기조는 별로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바이든 정부는 경제를 중심으로 '일 대 일' 대결 구도를 만든 트럼프 행정부에서 진화해 동맹을 규합해 인권, 기술까지 묶어 '일 대 다수'로 중국을 협공하는 전술을 펼쳤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는 물론 유럽의 전통적 동맹 복원 작업과 함께 쿼드(Quad)의 정상회의체 격상, 영국·호주와 새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 출범 등 성과를 거뒀다.
중국으로선 이를 위협으로 받아들여 강하게 반발했다. 두 정상이 바이든 취임 후 9개월이 다 되도록 회담조차 못 한 것은 양국의 경색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협력 모색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양국 정상간 2시간짜리 장시간 통화에 이어 3월에는 알래스카에서 양국 외교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틀간 '고위급 2+2 회담'이 열렸다.
그러나 이 회담은 사전에 2분씩 약속한 언론용 모두발언이 1시간 가까운 체제 비방전으로 번지며 험악한 모습을 연출했고, 결국 공동성명조차 내지 못한 채 감정의 골을 더 깊게 판 계기가 됐다.
7월엔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최고위급인 웬디 셔면 국무부 부장관이 중국을 찾아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등과 회담했다. 외신에선 정상회담 정지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결과물을 내놓진 못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9일 양국 정상 간 90분간 통화가 호전의 계기가 됐을 수 있다.
중국이 미국의 관심사에 대해 진지하게 임하지 않고 양국 관리 간 회담이 실질적 진전을 보지 못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시 주석이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시 주석은 미국이 중국을 향해 덜 거친 어조를 채택할 것을 주장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시 두 정상은 소통 채널을 열어두자고 했는데, 이 연장선상에서 열린 것이 이날 화상 회담 합의를 끌어낸 설리번 보좌관과 양 정치국원의 취리히 회담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회담 후 브리핑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과 이뤄진 가장 건설적이고 심도 있는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양 정치국원도 포괄적이고 솔직하며 깊이 있는 의견교환을 했다고 호평했다.
지난 3월 알래스카 담판에 이어 두 번째 대면한 두 사람이 당시와 상당히 다른 분위기 속에서 회담을 진행했다는 말로 들린다.
이란제재법 위반 등 혐의로 미국 검찰에 기소됐던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이 미중간 정치적 타결에 의해 지난달 24일 3년 가까운 캐나다 가택연금에서 풀려난 것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있다.
대면이 아닌 화상 회담이란 점이 정상회담 성사의 '골든키'로 작용했을 수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이 발발한 이후 해외 순방을 하지 않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양국 정상의 지난달 통화 후 화상 회담 아이디어가 나왔고, 시 주석이 이달 말 이탈리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이 먼저이를 제안했다고 한다.
백악관은 구체적인 회담 시기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수일 내 세부사항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어렵사리 정상회담이란 판이 마련됐지만 현안별로 양국의 입장이 확연히 갈려 얼마나 실질적인 성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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