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당 소속이나 번번이 갈등…주지사 후보 자리 놓고 대결 가능성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아이다호주(州)에서 주지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부지사가 독단적으로 주지사의 뜻에 반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내분이 일고 있다.
아이다호주의 재니스 매기언 부지사는 5일(현지시간) 주 당국이 주의 신입·현직 공무원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는 일종의 증빙서인 '백신 여권'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6일 보도했다.
이날 동료 공화당 주지사들과 함께 텍사스의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일대로 출장을 떠났던 브래드 리틀 주지사는 발끈하며 출장에서 돌아오는 대로 이 조치를 무효로 하겠다고 즉각 밝혔다.
주지사가 출장을 이유로 자리를 비우게 되자 주 헌법에 따라 권한을 넘겨받은 부지사가 주지사의 의사와 반대되는 행정명령을 일방적으로 내렸다가 충돌하는 모양새가 됐다.
아이다호주의 주지사와 부지사가 행정명령 발령을 두고 충돌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5월에는 리틀 주지사가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공화당 주지사 콘퍼런스에 참석한 사이 매기언 부지사는 하위 지방정부에 마스크 의무령을 내리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당시에도 리틀 주지사는 지방정부가 지역사회에 대한 통제권을 갖기를 원한다며 이튿날 돌아오자마자 이 명령을 취소했다.
이들 둘은 같은 공화당 소속이지만 그동안에도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리틀 주지사는 상점의 봉쇄나 마스크 착용, 백신 접종 등 방역 조치에 적극적이지만 매기언 부지사는 이를 거부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리틀 주지사는 작년 6월 중순까지 술집들이 문을 닫도록 명령했지만 매기언 부지사는 예정보다 몇 주 일찍 가족이 운영하는 술집의 영업을 재개하도록 했다.
매기언 부지사는 작년 10월에는 한 보수주의 싱크탱크의 동영상에 등장해 주지사와의 입장차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한 손에 총을, 다른 한 손에 성경을 든 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실재하는지 의문이라는 뜻을 밝혔다.
또 올해 3월엔 주 의사당 앞에서 사람들이 모여 마스크 화형식을 치르는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난 5월 매기언 부지사가 차기 주지사 출마를 선언하면서 두 사람 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매기언 부지사는 5일 밤 자신의 새 행정명령을 발표하기 전 페이스북에 "나는 여러분의 개인적 자유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다!"란 글을 올렸다.
매기언 부지사는 또 아이다호의 주 방위군을 소집해 미-멕시코 간 국경으로 보내는 방안에 대해서도 문의했다고 AP는 보도했다.
초선인 리틀 주지사는 아직 재선 도전을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출마할 뜻이 있음을 강하게 내비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내년 공화당 프라이머리(당원대회)에서 주지사 후보직을 놓고 정치적 명운을 건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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