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방부장 "총 닦다 격발될 가능성에 접근"…차이잉원 "중국 절제해야"
미중 대화 이뤄진 6일 중국 군용기 10월 들어 처음 대만 방공구역 안 들어가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지난 1∼4일 총 149대의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들여보내는 초대형 공중 무력 시위를 벌인 가운데 대만이 중국에 전면 침공 빌미를 제공할 것을 우려해 절대 선제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7일 자유시보(自由時報) 등에 따르면 추궈정(邱國正) 대만 국방부장은 전날 입법원(국회)에 출석해 최근 벌어진 중국의 대규모 공중 무력 시위와 관련해 "국군(대만군)은 먼저 일격을 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절대적으로 준수할 것"이라며 "예하 전투기들에 냉정을 유지할 것을 엄격히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 부장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에 군사적으로 '총을 닦다가 격발되는 일'(擦槍走火)이 반드시 일어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런 가능성에) 접근했을 수도 있다"며 날로 수위가 높아지는 중국의 대만 군사 압박 속에서 양측 간에 우발적 군사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을 경계했다.
그는 현재가 자신이 군인이 된 이후 40년 동안 가장 엄중한 시기라고 평가하면서 중국이 2025년이 되면 전면적으로 대만을 침공할 힘을 갖추게 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중국 측에 공개적으로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전날 열린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지도부 회의에서 "상대방의 행동은 이미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고 있다"며 "(중국이) 반드시 절제함으로써 총을 닦다가 격발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의 건국 기념일인 '국경절' 연휴 초반인 1∼4일 중국 군용기 총 149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들어가 전례 없는 대규모 무력 시위를 벌였다.
5일 Y-8 대잠기 1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데 이어 6일에는 이달 들어 처음으로 중국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들어가지 않아 중국의 건국 기념일인 '국경절'을 계기로 벌어진 중국군의 대규모 공중 무력 시위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이번 무력 시위는 6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楊潔?)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 간의 중요 회담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국이 대만 문제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자국의 '핵심 이익'이라는 점을 미국 측에 각인시키려 의도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중국의 무력 시위를 정면 비판하면서 대만 지지 의지를 드러낸 데 이어 미국 의회 외교위원회 위원장들도 대만 지지 의사를 피력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밥 메넨데스 위원장(민주)과 군사위원회 소속 짐 인호프 의원(공화당)은 대만의 건국 기념일인 쌍십절을 맞아 차이 총통에게 보낸 서한에서 "대만이 중국의 도전에 맞선 최전선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며 "입법을 통해 대만의 안보와 미국-대만의 동반자 관계를 강화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중국의 대만 방공식별구역 침입의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대만 국민과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민주주의의 가치와 자유시장의 원칙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대만 주변에서 항공모함과 군용기 등 각종 무기를 동원한 대규모 해상·공중 무력 시위의 강도를 높여나가고 있고 미국 역시 중국 주변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 중이어서 중국과 대만, 미국과 중국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우려가 커졌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온 중국 군용기는 600대를 넘어 이미 작년 한 해 전체의 약 380대를 크게 웃돌았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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