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활동, 대기·기후에 큰 영향 미쳤다"
국제연구팀 "13세기 말 남극 얼음서 확인"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12세기 말에 형성된 남극의 얼음 속에서 뉴질랜드 마오리족이 숲을 대규모로 태워 농지를 개간할 때 발생한 그을음이 발견됐다. 과학자들은 이를 인류의 활동이 700년 이전부터 지구 대기와 기후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풀이했다.
미국 네바다주 사막연구소(DRI)와 영국 남극 조사국 등 국제 연구팀은 7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서 남극 대륙 6곳에서 얼음 표본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북부 제임스 로스섬 얼음 표본에서 그을음(블랙카본)이 13세기 말부터 많이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그을음의 기원은 뉴질랜드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미국 DRI의 조 매코널 박사와 영국 남극 조사국의 로버트 멀베이니 박사 등은 수년 전 남극에서 채취한 얼음 표본들을 분석하다가 일부 표본에서 화석 연료 등을 태울 때 나오는 블랙카본 양이 13세기부터 그게 증가하기 시작해 최근까지 계속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흔히 그을음으로 불리는 블랙카본은 화석연료나 나무와 풀 등 바이오매스가 탈 때 불완전 연소로 발생한다. 연구팀은 즉시 남극에서 포착된 블랙탄소 증가 현상의 기원을 찾는 연구에 착수했다.
제임스 로스섬과 남극 대륙 다른 지역에서 수집한 6개의 얼음 표본을 분석한 결과, 제임스 로스섬 표본 속의 블랙카본 양이 13세기 말부터 이전의 3배 수준으로 증가했고 16~17세기에 절정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남극 다른 지역의 블랙카본 양은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어 진행된 블랙카본의 이동과 퇴적에 관한 남반구 대기모델 시뮬레이션에서 13세기 말에 시작된 블랙카본 증가의 기원이 파타고니아와 태즈매니아, 뉴질랜드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됐으며, 연구팀은 이들 지역의 고대화재 기록을 토대로 블랙카본이 뉴질랜드에서 발생해 남극으로 이동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뉴질랜드에는 13세기 말부터 지속해서 일어난 대규모 화재의 흔적이 숯으로 남아 있고, 이 시기는 마오리족이 뉴질랜드에 도착해 정착하면서 숲을 대규모로 불태워 농지를 일군 것과도 일치한다. 마오리족의 이런 화전 활동 규모는 산업화 이전에 이루어진 어떤 화재보다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코널 박사는 "이 시기(13세기)에 인류가 개간 활동을 통해 대기 중 블랙카본 양에 이렇게 큰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것"이라며 "이 연구 결과는 인류가 적어도 700년 전부터 남빙양과 남극 반도 환경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산업화 이전 시기의 인간 활동이 대기와 기후에 미친 영향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간주했으나 이 연구 결과는 인간 활동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이전부터 대기와 기후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증명하는 새 증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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