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열풍 뒤엔 한국 경제불안 그림자…전세계 건드려"

입력 2021-10-0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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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열풍 뒤엔 한국 경제불안 그림자…전세계 건드려"
NYT "뛰는 집값·일자리 부족에 대한 걱정에 미국 등 공감"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열풍 뒤에는 한국 경제불안이라는 그림자가 자리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7일 서울발 기사에서 주인공들이 상금 456억원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 '오징어 게임'은 치솟는 집값, 일자리 부족 등에 한국인들이 느끼는 불안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보도했다.



'오징어 게임'은 폭력적인 분위기, 냉소적인 구성,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한국적인 놀이 등 전 세계 팬들을 매료시킬 다양한 미덕들을 지니고 있지만, 불평등한 사회 구조 속에서 절박한 처지에 몰린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전 세계가 공감하며 기록적인 흥행으로 이어졌다고 이 신문은 짚었다.
NYT는 이제 미국과 서유럽 등 선진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부의 격차가 커지고, 주택 가격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서 풍요를 달성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NYT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드라마 속)이야기들과 주인공들의 문제는 극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동시에 한국 사회의 문제점과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 외에도 2019년 오스카상 작품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창동 감독의 2018년작 '버닝'도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점점 희박해지는 기회라는 주제 의식을 담아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끈 작품들이라고 NYT는 소개했다.


한국은 한국 전쟁 후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뤄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지만, 경제가 성숙함에 따라 부의 격차가 점점 악화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드라마 비평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한국인들은 집단적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1990년대 후반에 닥친 아시아 금융위기는 한국의 이런 긍정적 성공 신화를 약화시켰고 "모두가 각자도생하게끔 했다"고 진단했다.
NYT에 따르면 한국은 소득격차를 측정하는 지니계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현재 11위에 올라 있다.
가계 부채가 급증해 상당수 경제학자가 이로 인한 경제타격을 우려하는 상황이고, 주택가격은 급등해서 이 문제는 뜨거운 정치 쟁점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서울의 집값은 50% 이상 올랐다고 NYT는 전했다.
작년 1월 대학을 졸업한 신예은(27) 씨는 "오징어 게임은 한국 사회에서 성공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과 그렇게 하기 어려운 것 사이의 아이러니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 말했다.
1년 넘게 고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중이라는 신 씨는 "20대 젊은이들이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요즘 정말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국은 또한 가파른 출생률 하락을 겪고 있는데, 이는 상당 부분 자녀 양육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젊은이들의 인식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신 씨는 "한국에서는 모든 부모가 자녀들을 최고의 학교에 보내고 싶어하는데, 그러려면 최고의 동네에서 살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집을 살 충분한 돈을 모아야 하는데, 이런 목표 자체가 내게는 너무 비현실적이라 아예 몇 년이 걸릴지 계산해 본 적도 없다"고 고백했다.
NYT는 또한 '흙수저'라는 용어로 대변되는 많은 젊은이가 암호화폐나 복권 등을 이용해 초고속으로 부자가 되는 방법에 골몰해 있다며, 한국의 가상화폐 시장은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라고 밝혔다.
사무직에 종사하는 구용현(35) 씨는 "드라마 속의 상금처럼 암호화폐는 단박에 인생을 바꿀 기회를 사람들에게 제공한다"며 "돈벌이 하기의 어려움은 한국인들이 벼락부자가 되는 데 집착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오징어 게임' 속 주인공들과 불평등이 깊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는 그들의 분투에 공감한다"며 "오징어 게임'이 현실 세계에서 벌어질 경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가할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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