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번-양제츠 회동 결과 양국 발표문에 담긴 '경쟁' 표현 주목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6일(현지시간) 취리히에서 열린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楊潔?)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회동 결과를 전하는 양국의 발표에 '경쟁'이라는 표현이 나란히 들어가 눈길을 끌었다.
같은 용어를 썼지만 양측의 취지는 현격히 달랐다. 양국이 연내 화상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뜻을 모으는 등 이번 회동에 성과가 있었지만 상대국에 대한 정책 기조 및 시각에 여전히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취리히 회동에 대한 미국 백악관 발표문은 "설리번 씨는 우리가 계속해서 우리의 국력을 투자해가며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동안에 책임있는 경쟁(responsible competition)을 보장하기 위해 중국과 계속 관여(engage·관계 유지 및 대화의 의미)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9일(미국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의 통화에서 '양국 경쟁을 책임있게 관리하기 위한 소통 채널을 유지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의 연장 선상에서 이뤄진 언급이었다.
반면, 신화통신을 통해 소개된 중국 측 발표에 따르면 양 정치국원은 "중국과 미국이 대항하면 양국과 세계 모두 심각한 피해를 볼 것"이라며 "중국은 중미 관계를 '경쟁'으로 정의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호 윈윈(win-win)하는 것이 양국 관계의 본질이라며 이를 미국이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미국은 체제가 다른 신흥 강국인 중국과의 '패권 경쟁' 또는 '전략 경쟁'을 불가피한 것으로 보는 가운데,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차원에서 '책임있는 경쟁'을 거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중국은 자국을 경쟁 상대로 규정하는 미국의 시각이 기본적으로 중국의 굴기를 막으려는 의도와 연결돼 있다고 간주하고, 근본적 정책 전환을 미국에 요구하는 양상이다.
한마디로 '경쟁'은 수사이고, 본질은 '적대시 정책'이라는 것이 미국의 대 중국 정책에 대한 중국의 평가인 것이다.
그럼에도 회동 결과물에서 양측이 "관여 계속"(미국)과 "중요 문제에 대한 상시적 대화와 소통 유지"(중국)를 언급한 것은 미중관계의 상황 관리 측면에서 진전을 본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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