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 위기 타개하되 탈레반 개입 피하기 위한 고육책"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국제사회가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돕기 위해 현금을 직접 살포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재집권 후 정치적 혼란과 가뭄까지 겹쳐 초래된 아프간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것이다.
로이터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 카불로 미국 달러를 공수해 탈레반의 승인은 받되, 그들의 개입 없이 현금 약 200달러(약 24만원)씩을 빈민들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 공여국들은 또한 위기 타개를 위한 현금 공수 외에도 급료를 지급하고, 학교와 병원이 계속 문을 열 수 있도록 신탁기금을 창설하는 방안도 원하고 있다고 이 계획에 관여하고 있는 국제사회 관계자들은 로이터에 말했다.
탈레반 재집권 후 아프간에서는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생필품 가격이 상승하는 등 경제 위기가 가속화하자, 현지 주민은 생필품 구매를 위해 가재도구까지 내다 파는 처지로 내몰렸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현재 기아에 처한 아프간인은 1천400만명에 이른다.
보통 아프간 공공 부문 경비의 75%가량이 해외 원조로 조달되지만, 지난 8월 탈레반 재집권 이후 대부분의 나라가 원조를 중단한 상태다.
서방이 계획 중인 현금 살포라는 특이한 지원 전략은 20년에 걸친 전쟁을 겪은 아프간인들을 돕고, 그들의 대량 이민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탈레반이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공언과 달리 가혹한 통치 방식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한 고위관리는 이와 관련해 로이터에 "만약 아프간이 붕괴되면 우리는 모든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아무도 탈레반을 성급히 인정하길 원치 않지만, 그들과 타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사회는 아프간인들이 직면한 극심한 현금 부족난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아프간 내 현금 조달 노력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WFP는 최근 1천만 아프가니(11만 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현지 은행을 통해 살포하고, 곧 추가로 현금을 분배할 계획이라고 현지 상황에 정통한 한 외교관이 로이터에 전했다.
이런 방식으로 조달되는 현금은 생필품 구입 등에 쓸 수 있도록 아프간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될 계획이다.
아울러, 유엔을 위해 현지 은행들에 공수될 예정인 현금은 유엔 직원들과 비정부기구(NGO) 직원들의 급료 지급에 쓰일 예정이라고 이 외교관은 덧붙였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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