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경절 연휴 뒤 공장 가동 증가 시 다시 전력난 '시험대'
러시아산 석탄·전력 수입 등 대책 마련 부심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전력난으로 중국의 산업 생산활동에 지장이 생기면서 세계적으로 성장률이 둔화하며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8일 "중국의 에너지 위기로 아이폰에서부터 우유 제조까지 모든 분야가 타격받고 있다"면서 전력난이 중국 경제 성장률을 낮출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공급망에 도미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대표인 루이스 퀴즈는 "전력난에 따른 생산 차질이 이어지고 특히 수출품 생산에 영향을 끼칠 경우 글로벌 공급 측면에 또 다른 문제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판테온 매크로 이코노믹스 소속 경제학자 크레이그 보텀도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제조업 분야의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으로 보인다"면서 "중국이 전 세계 공급망에 깊게 연관돼있는 만큼 가격 상승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국경절 연휴(1~7일) 기간 많은 중국 공장이 가동을 줄였던 만큼 연휴가 끝난 뒤 가동률 증가에 따라 전력난이 재현될지가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에너지난이 심화할 경우 연말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을 앞두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 이미 일부 산업에서는 전력 부족 압력이 발생하고 있고, 피해가 인접 분야로 퍼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라보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9~10월 종이상자·포장재 공급이 10~15%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식료품 분야의 경우 사료·식용유·우유 제조공장이 멈춰서고 비료 가격이 급등한 것은 물론 냉동보관 문제로 육류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 분야도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아이폰 조립업체 허숴(和碩·PEGATRON)는 전기 사용량을 10% 이상 줄였고, 세계 최대 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르웨광(日月光·ASE)은 수일간 생산을 멈추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 연간 100만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하는 도요타도 전력 부족의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정부는 자국 내 석탄 생산 증가를 독려하는 한편 러시아와 인도네시아산 석탄 수입량을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가 전했다.
러시아와 인접한 중국 헤이룽장성에서는 지난 1일부터 러시아산 전기를 받아들이는 헤이허(黑河) 지역 송전선로 가동을 하루 5시간에서 16시간으로 늘렸다.
또 헤이룽장성 쑤이펀허(綏芬河)에서는 국경절 연휴 기간 철도를 통해 일평균 5천t 넘는 러시아산 석탄을 들여왔다.
중국 당국은 수입금지 조치 후 항만 창고에 보관 중이던 호주산 석탄을 시장에 푼 것으로 전해지며 지린성에서는 러시아·인도네시아·몽골산 석탄 수입을 늘리고 있다.
린보창(林伯强) 샤먼(廈門)대 중국 에너지경제연구센터 주임은 "호주산 석탄 수입 중단 후 인도네시아·러시아·중국산 석탄으로 수요를 충당해왔다"면서도 "호주산 석탄 수입 재개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석탄 수입 증가는) 가격 상승으로 석탄이 부족해진 데 따른 임시적·보완적 조치"라면서 "중국 전체 석탄 소비에서 수입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안 된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 동북 3성에서는 지난달 도로 신호등이 꺼지는 등 민생 분야 전기까지 끊어진 바 있고, 겨울철 난방 시즌도 다가오고 있어 주민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북중 접경인 랴오닝성 단둥(丹東)은 평소 압록강변에 야간조명을 밝혀 상대적으로 어두운 북한과 대조를 이뤄왔는데,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달 말 이 조명이 꺼져 단둥이 북한보다 더 어두웠다고 전하기도 했다.
중국 각지의 전력난은 이어지고 있으며, 랴오닝성 당국은 8일 하루 이 지역에 최대 462만kW의 전기가 부족할 전망이라면서 시간대별로 사용 가능 전력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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