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잠비크 무력사태 적극 개입해 큰 역할…"국내 비판 외부로 돌려" 해석도
남아프리카 지역 국가와 협력하면서도 미묘한 경쟁 관계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 모잠비크의 카부델가두 주에서 벌어진 이슬람 극단주의 폭력사태가 4년 만에 진정되는 분위기다.
모잠비크 북부 카부델가두는 2017년 10월부터 이슬람국가(IS)와 연계했다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공세로 지금까지 3천300명 넘게 숨지고 80만 명 이상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이 지역의 무력사태가 최근 잠잠해지는 데 크게 역할 한 곳은 르완다다.
지난 7월 대륙 중동부의 르완다가 병력 1천 명을 파병했기 때문이다.
르완다에 이어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가 지역 연합군 1천500명을 파견하면서 무장세력의 기세가 꺾였다.
모잠비크 카부델가두 사태의 안정화는 서방이 우려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남아프리카 확산을 막는 데 있어 주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지난 9월 25일 카부델가두의 주도인 펨바를 필리프 뉴지 모잠비크 대통령과 함께 방문해 승전을 과시했다.
SADC 소속의 트로이카(남아공, 보츠와나, 나미비아) 정상은 이달 5일 남아공에서 뉴지 모잠비크 대통령과 만나 지역 연합군 주둔을 연장하기로 했다.
르완다는 SADC의 회원국이 아니다.
그런데도 르완다는 이번에 자발적으로 파병해 발 빠르게 반군 주요 거점을 수복하는 등 모잠비크 테러 안정화에 큰 공을 세웠다. 합동작전을 편 모잠비크군은 르완다군의 무장과 작전이 자기들보다 뛰어나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르완다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활발한 유엔 평화유지군(PKO) 활동을 하는 국가 중 하나다. 군기도 엄정하고 다른 아프리카 국가 군인처럼 해외 파견 시 성 비위도 아직 없다.
SADC도 이에 질세라 현지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고위급과 다른 무장조직원 18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다.
이 때문에 SADC는 이번 사태 안정화에 대해 "아프리카의 안보 문제를 자력으로 해결하는 선례"를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아프리카 서부와 중부에 걸친 사헬 반(半)건조지역에선 과거 식민종주국인 프랑스가 개입해 대테러전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지하디스트의 준동이 하루가 멀다고 발생해 민간인과 군인의 피해가 심한 편이다.
그러나 모잠비크 사태를 둘러싼 군사 개입엔 해석이 분분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르완다가 아프리카 역내 경찰을 자임하지만, 국내외 반정부세력을 탄압하면서 받는 비판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군사개입 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최근 수년간 잇단 르완다 반체제 인사 암살의 배후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르완다 정부가 이를 부인하지만 공교롭게 모잠비크에서 르완다군이 작전하는 기간에 한 르완다 반체제 인사가 총격으로 숨졌다.
최근 르완다 당국은 1994년 대학살 당시 수많은 사람을 구한 영화 '호텔 르완다'의 실제 주인공이지만 반체제 인사로 해외에 머물던 폴 루세사바기나를 자국으로 유인해 재판에서 테러 혐의 등으로 25년형을 내렸다.
르완다의 '활약'에 SADC의 시선은 썩 달갑지 않다.
이번에 SADC가 모잠비크에 군 주둔을 연장한 것은 모잠비크를 둘러싸고 역외국가 르완다와 벌이는 미묘한 경쟁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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