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빈의 플랫폼S] 기후변화 비용은 누가…갈등과 조정 사이

입력 2021-10-10 11:05   수정 2021-10-11 10:26

[이광빈의 플랫폼S] 기후변화 비용은 누가…갈등과 조정 사이
'노란 조끼' 시위 겪은 프랑스, 사회적 대토론 통해 갈등 조정 나서
국내에서도 탄소세 부과체계 등 연구 시작

[※ 편집자주: 지속가능한(sustainable) 사회를 위한 이야기들을 담아낸 플랫폼S입니다. 지속가능을 위한 테크의 역할, 녹색 정치, 기후변화 대응, 이 과정에서의 갈등 조정 문제 등에 대한 국내외 이야기로 찾아갑니다. 아홉 번째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탄소 '제로'(0)화 과정에는 비용이 필연적으로 따른다.
친환경 기술에 투자해야 하고 현재는 화석연료 에너지보다 발전 단가가 비싼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탄소 배출물에 세금을 부과하는 성격인 탄소세, 탄소국경세 등은 이런 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것이다.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의 심각성으로 탄소세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비용 부과 문제는 시민의 조세 저항과 국가 간 갈등을 부추길 뇌관을 품고 있다.
프랑스는 탄소세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갈등 조정에 실패한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2018년 프랑스 전역에서 들썩인 '노란 조끼' 시위 탓이다.
노란 조끼 시위는 프랑스 정부가 유류세를 인상한 데 따른 젊은 층들의 반발로 시작됐다.
유류세는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화석연료 운송 수단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환경 오염 방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인상됐다.
명분은 좋았지만, 정책 수립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소통이 부족했다. 특히 유류세 인상의 최대 피해자는 부유층이 아니었다.
높은 부동산값 때문에 파리에 직장을 둔 채 교외에서 출퇴근하는 저소득층 자가 운전자들이 경제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당시 프랑스 정부는 부유세(ISF)를 대폭 축소 개편하고 법인세도 인하했다.
이에 젊은 층을 위주로 한 서민층은 거리에서 격렬히 항의했다. 프랑스 정부가 저소득층 운전자를 위한 세제 혜택 등을 꺼내 들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였다.
집권 초기 최고 60%대 초반까지 나왔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 시위를 계기로 20%대 초반까지 급락했다.
궁지에 몰린 마크롱 대통령은 '사회적 대토론' 카드를 꺼내 들며 겨우 한숨을 돌렸다.


사회적 대토론은 ▲생태적 전환 ▲세금과 지출 ▲국가와 공공기관의 조직 ▲민주적 토론과 시민권 등 4가지 화두와 35개 세부 이슈를 주제로 2019년 1월부터 3개월간 전국에서 이뤄졌다. 공개 모임만 1만회 이상에 달했다.
사회적 대토론 등의 결과물을 반영해 프랑스 정부는 뒤늦게나마 에너지 전환비용의 사용처를 다시 설계하기 시작했다.
노란 조끼 시위에 혼쭐났지만 이를 전화위복 삼아 탄소 제로 사회의 비용 문제에 대한 갈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움직임을 시작한 셈이다.
9월 23일자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프랑스는 파리 교외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68개의 지하철역을 건설중이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에너지 요금 인상 계획을 발표하면서 600만명에 해당하는 저소득층에 100유로(약 14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일회성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런 정책은 유류세가 오르더라도 파리 교외에서 시내로 출퇴근하는 자가용 운전자들이 '노란 조끼' 시위 당시보다 공정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탄소 절감 비용을 거두고 사용하는 방법에 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분위기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는 공동으로 탄소세 부과체계 등에 대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현석 공공투자정책실장은 '탄소중립 및 기후환경에 대응한 주요국 재정동향 및 시사점'이라는 연구를 내놓았다.
특히 정부는 8일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26.3%에서 40%로 상향하는 안을 내놓아, 앞으로 목표치 달성을 위한 비용 조달 방안이 논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년 3월 앞둔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도 이런 논의가 일부분이라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lkbin@yna.co.kr #플랫폼S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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