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후보 마감 등 시점 안 맞아" 진단
"노벨상은 물고기 잡는 법 가르쳐주는 연구자 선호"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노벨위원회가 메신저 리보핵산(mRNA) 계열 백신 기술에 상을 주지 않는다면 실수가 될 것이다."
지난 3일 스웨덴 과학 전문기자 울리카 비요르크스텐은 4일부터 시작되는 노벨상 시즌을 앞두고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예언'을 내놨다.
이처럼 올해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는 코로나19와의 사투에서 인류의 손에 방패를 쥐여준 백신 연구자가 오를 가능성이 높게 점쳐져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관련 연구자는 수상자 목록에 오르지 못했다. 4일 생리의학상으로 시작한 노벨상 수상자 발표는 5일 물리학상, 6일 화학상, 7일 문학상, 8일 평화상이 발표된 데 이어 11일 경제학상만 남겨둔 상태다.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Nature)는 7일(현지시간)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노벨위원회 내부 인사와 과학자들을 인용해 위원회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를 짚었다.
네이처는 우선 '후보 선정 시기'를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올해 수상 후보자 명단을 제출하는 기한은 2월 1일이었다.
이 시기는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백신의 효능이 증명된 지 2달이 넘은 때였지만, 백신이 코로나19 대유행에 얼마나 효과적일지 완전히 드러나기 전이었다고 네이처는 설명했다.
과학적 발견 이후 상당 기간이 흐른 뒤 수상이 따르는 기존 관행도 코로나19 관련 연구에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미국 인디애나대 산하 연구소장인 산토 포르투나토는 "과학적 발견이 등장한 후 실제 수상이 이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져 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발견에서 노벨상 수상까지는 평균 30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mRNA 백신에 대한 실험이 최초 이뤄진 시기는 1990년대 중반이지만,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근간이 된 중대한 발전을 이뤄진 때는 2000년대에 들어선 다음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들어서야 mRNA 백신 기술의 영향력이 명백해졌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mRNA 백신의 눈부신 활약이 노벨상을 받기에는 최근 '너무 최신의 진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의 발견이 노벨상을 받은 예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인슈타인이 1915년 예견한 중력파의 존재를 사상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2016년 2월에 발표한 천체물리학자들은 이듬해 2017년 물리학상을 받았다.
포르투나토 소장은 코로나19 백신이 올해 수상하지 못한 게 놀랍지는 않다며 "이 업적에 노벨상이 곧 주어지리라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또, 특정한 하나의 문제에 대한 처방이 아니라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근본적 연구에 가중치를 두는 노벨위원회의 성향도 이유로 꼽혔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브라이언 우지 교수는 "노벨상은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아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연구자보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연구자에게 수여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원회는 mRNA 백신이 코로나19 외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등 여러 감염병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신 연구 성과보다는 오랜 시간 검증을 견뎌온 연구에 보상을 주고 싶어하는 위원회의 또 다른 성향도 이유가 됐다.
화이자, 모더나 백신의 핵심 요소를 개발한 두 과학자는 이미 지난달 '브레이크스루상'이 수상하며 공로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고 노벨상 산실로 알려진 래스커상도 받았다.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의 후원으로 제정된 브레이크스루상은 기초물리학, 수학, 생명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 업적을 세운 과학자에게 수여되며, 래스커상 수상자는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백신이 상을 받게 될 경우 누구에게, 어떤 연구를 특정해 수상자를 고를지 결정하기가 곤란한 상황에 마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웨덴 한림원의 과학 분야 수장인 요란 핸슨은 "이것(코로나19 mRNA 백신)은 후보에 오를 수 있는 발견이지만 시간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적합한 인물과 연구를 조명하고 싶으니, 계속해서 주목해달라"고 밝혔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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