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화력발전소 2곳 가동중단…"당분간 전력공급 어려울 듯"
국영 전력회사 "軍 보유 연료로 재가동 시도 계획"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 연료난에 허덕여온 지중해변 중동국가 레바논에 결국 전력 공급이 완전히 중단됐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레바논 국영 전력회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연료 부족으로 최대 규모의 화력발전소 2곳의 가동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북서부 해안에 있는 데이르 암마르 화력발전소는 8일, 남서부 해안에 있는 자흐라니 화력발전소는 9일 각각 운영이 중단됐다.
성명은 "2대 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은 전력망의 안정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고, 이로 인해 전력공급이 완전히 끊겼다"고 설명했다.
성명은 또 "당분간 이들 화력발전소가 재가동될 가능성은 없다"며 "군이 보유한 연료를 이용해 일시적으로 발전소 가동을 시도하겠지만, 곧바로 시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바논 정부 관리도 "전력망이 오늘 완전히 멈춰 섰다. 이런 상황이 다음 주 월요일까지 혹은 며칠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자체 발전기를 돌리는 일부 가정을 제외한 대부분의 레바논 국민은 전기 없는 생활을 해야 한다.
레바논은 2019년 시작된 경제 위기가 코로나19 대유행과 지난해 8월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라는 악재를 만나 깊어지면서 국가 붕괴 직전의 위기로 내몰렸다.
세계은행(WB)은 최근 레바논의 경제 위기를 19세기 중반 이후 세계 역사에서 가장 심각하고 장기적인 불황으로 진단했다.
여기에 대폭발 참사 이후 총사퇴한 내각이 다시 꾸려지지 못하면서 정부 기능도 1년 넘게 사실상 마비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현지 화폐 가치가 90% 이상 폭락하면서 수입품 대금 지급 및 보증이 불가능해지면서 수입에 의존하는 연료와 의약품 등이 동났다.
하루 22시간 이상의 단전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레바논 주민들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더욱이 레바논 중앙은행이 지난 8월 석유 등 수입 연료에 대한 보조금 지급까지 중단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지난 9월 재벌 출신의 나지브 미카티 총리가 13개월 만에 새 정부를 꾸리고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구제금융 등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최악의 경제 상황이 반전될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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