뤄창핑 "반세기 지나도 전쟁 정의로웠는지 반성 없어"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이 한국전쟁을 철저히 자국의 시각에서 그린 영화 '장진호'가 7천억 원의 수입을 올리며 역대 중국 흥행 1위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가운데 저명 중국 언론인이 이 영화와 전쟁을 비판했다가 체포됐다.
10일 온라인 매체 펑파이(澎湃)에 따르면 경제 주간지 차이징(財經)의 부편집장을 지낸 뤄창핑(羅昌平)은 최근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시에서 형사 구류 처분을 받았다.
뤄씨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 등 고위 관리들의 부패 문제를 보도해 이들을 낙마시키는 등 사회 비판적 보도로 이름이 알려진 언론인이다.
그는 영웅 열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뤄씨가 중국의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에서 싸운 군인들을 모독했다는 온라인 이용자들의 신고를 받고 조사한 결과 그가 위법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항미원조 전쟁'은 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한 전쟁이라는 뜻으로 중국이 자국군이 참전한 한국전쟁을 일컫는 말이다.
중국은 2018년부터 영웅과 열사의 명예를 해치는 것을 금지하는 '영웅열사보호법'을 시행하고 있다.
뤄씨는 지난 6일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서 "반세기가 지났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전쟁이 정의로웠는지에 대해 거의 반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은 학교에서 북한의 남침으로 전쟁이 발발했다는 것은 가르치지 않는다. 제국주의 침략자인 미국이 개입해 38선을 넘었기 때문에 자국도 참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할 뿐이다.
뤄씨는 전쟁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말에 이어 "마치 당시의 모래조각 부대가 위의 '영웅적인 결정'을 의심하지 못한 것과 같다"고 했다.
이는 한국전쟁의 결정적 전투 가운데 하나인 장진호 전투를 소재로 한 영화 '장진호'의 마지막 장면에서 총을 들고 전투태세를 유지한 채 최저 영하 40도의 혹한에서 동사한 중공군 병사들이 비춘 것을 비꼰 말이다. 이들은 중국에서 '얼음조각 부대'로 불리며 영웅으로 칭송된다.
반면 뤄씨가 쓴 '모래조각'(샤댜오·沙雕)이란 표현은 인터넷에서 바보라는 뜻으로 통한다.
그의 글은 현재 찾아볼 수 없다.
웨이보가 그의 계정을 폐쇄했기 때문이다. 웨이보는 뤄씨가 영웅과 열사를 모독한 잘못된 내용으로 사회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미중 대립 속에 애국주의를 더욱 고조시킨 '장진호'를 관람한 많은 누리꾼은 뤄씨에게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편집장까지 나서 소수가 온라인에서 미국의 관점을 퍼뜨리며 이른바 '객관성'을 이용해 중국 사회 주류의 기억과 가치관에 대항한다면서 "이는 일종의 정신적 배반으로 역겹다"고 말했다.
뤄씨는 문제의 게시물을 올릴 때 어느 이용자가 "이 전쟁에 관해 많은 평가를 할 필요는 없다. 현재의 북한과 한국을 보면 답은 분명해진다"고 말한 것을 인용했다.
많은 누리꾼은 현재 계정을 찾을 수 없는 이 이용자도 체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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