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1∼16세 15명 중 1명이 코로나19 감염
노마스크·노백신…예전처럼 수업 하다 한 학교서 수십명씩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에서 개학한 지 한 달 만에 10대 학생들 사이에서 코로나19가 급속 확산하고 있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잉글랜드에서 지난 2일 기준으로 11∼16세 연령집단 15명 중 1명 꼴로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 비율은 전주에는 20명 중 1명이었는데 한 주 만에 빠르게 늘면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5일 발표된 영국 정부 집계에서도 코로나19 확진으로 등교하지 않은 학생 수가 지난주 10만명에 달했다.
영국 학교들은 대체로 9월 초에 여름 방학을 마치고 등교 수업을 재개했다.
런던 남부 외곽 지역의 한 학교는 최근 20여명이 무더기로 코로나19에 걸려서 비상이 걸렸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그 숫자가 얼마나 늘지 가늠하기 어렵다.
10∼18세 학생 약 1천500명이 재학 중인 그 학교를 2주전쯤 방문했을 때 코로나19는 이미 끝난듯한 분위기였다.
방문객들에게도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 등의 요청은 없었다.
학생들은 좁은 복도에서 우루루 몰려다니고 함께 뒹굴며 체육 수업을 하고 있었다. 하교길에도 어깨동무를 하고 왁자지껄 장난을 치며 걸어갔다.
안내하는 교직원이나 학생들도 방문객들과 얼굴을 바짝 마주하고 대화를 했다.
그 사이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외계인이거나 '정상생활 복귀'를 거부하는 불순분자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아이들의 활기가 느껴져서 좋았지만 코로나19가 크게 퍼졌다고 하니 '위드 코로나'의 수위 조절이 어렵다는 점을 새삼 곱씹게 된다.
다른 학교는 역시 개학 후에는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 등을 하지 않고 있지만 교내 방문객과 학생들의 접촉을 계속 차단하는 등 조심을 한 결과인지 아직은 확진자가 크게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영국 잉글랜드는 여름 방학을 한 뒤 코로나19 방역규제를 풀면서 중등학교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 등도 모두 없애고 주 2회 자율 신속검사만 남겼다.
교육부는 교실내 환기가 잘 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이산화탄소 모니터 기기 30만대를 잉글랜드 지역에 배포하기로 했는데 아직 완료가 안됐다.
초등학교는 예전에도 마스크 착용 규정이 없었으며 지금도 신속검사도 하지 않는다.
이에 더해 이번 학기부터는 미성년자는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접촉해도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무장해제된 상태로 아이들이 한 데 모이니 바이러스 감염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다만 16세 이상은 상당수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12∼15세 접종도 최근 승인이 났는데 속도가 빠르지 않다. 3일 기준 접종률이 10%가 안된다.
성인들은 너도나도 팔을 걷었고 '안티 백서'를 한국에서 마스크 착용 거부자를 보듯이 대하지만 아이들 접종에는 반응이 다소 다르다.
전문가들도 아이들은 코로나19에 걸려도 증상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건강 측면만 보면 접종 이득이 딱히 크지 않다고 봤다. 다만, 교내에서 코로나19가 퍼져서 학교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를 감안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이들이 등교를 못하고 제 때 교육을 받지 못하면 특히 저소득층에서 피해가 막대한데다가 정신건강에 해롭다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서 결국 접종 승인이 내려졌다.
그러나 이 연령대 자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일부러 동의를 안한 경우도 있을 뿐 아니라 '깜빡' 잊고 마감을 넘겼다는 경우도 있다.
영국 학교는 일단 다음주부터 다시 중간 방학에 들어가기 때문에 교내 확산은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독감까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이는 겨울이다.
정부는 마스크를 다시 쓰는 것을 포함해서 코로나19 확산시 비상계획을 세워놨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 관련 단체들은 교육 당국에 당장 방역조치를 강화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집에서 하는 자율 신속검사 대신 학교 현장 검사를 도입하고 밀접접촉시 자가격리도 되살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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