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남중국해에서 자국과 아세안 국가들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남중국해 행동준칙' 협의를 가속하자고 제안했다.
10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8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세안 대화 관계 수립 3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해 "양측은 최대 규모의 무역 파트너이자 가장 활력있는 협력 파트너로서, 양측의 협력은 11개국 20억 명의 국민에게 커다란 이익을 주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왕 부장은 이어 양측 관계를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고 설명한 뒤 "중국은 아세안과의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계기로 더 높은 수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와 더 긴밀한 운명공동체를 구축해 각자의 발전과 지역의 장기적인 평화 번영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삽십이립은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용어로 서른 살이 되어 흔들리지 않는 뜻을 세운다는 의미다.
왕이 부장은 그러면서 중국과 아세안 일부 국가의 갈등 원인이 되는 남중국해 문제 해결을 위한 '남중국해 행동준칙' 마련에 속도를 내자고 촉구했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은 아세안 회원국인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과 아세안은 영유권 분쟁 악화를 막기 위한 '남중국해 분쟁당사국 행동선언'을 채택했지만, 구속력 있는 이행 방안을 담은 남중국해 행동준칙은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왕이 부장은 "우리는 평화 비전에 착안해 남중국해의 장기적인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이견과 논란을 통제하고, 남중국해 행동준칙 협의를 가속하자"고 말했다.
아울러 "해상 실무 협력을 안정적으로 전개해 남중국해를 평화의 바다, 우호의 바다, 협력의 바다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아세안 국가들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 및 경제 협력을 강조하는 등 미국의 공세에 맞서 대 아세안 외교에 신경을 쓰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세안 10개국에 3억 회분 이상의 백신을 제공하고 방역물자를 공급하는 등 방역 협력의 모범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반대하고, 냉전적 사고와 제로섬 게임에 반대한다"며 "개발도상국과 세계 각국 국민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고 국제질서가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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