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 여성 최초 역사문화학부 학장 취임…"이웃학문 임팩트 줘야"
한국학 경계확장·질적 도약 위해 학술저널 코리아유럽리뷰 내달 창간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독일 베를린자유대 이은정 교수가 아시아인 여성 최초 역사문화학부 학장으로 선출돼 지난 1일(현지시간) 취임했다.
이 학장은 앞으로 2년간 한국학과는 물론 고고학과와 역사학과, 종교학과, 예술사학과 등 산하 19개 학과의 학술적 역량을 서로 묶는 대형 융합연구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게 된다.
이 학장은 10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은 한국 드라마이기 때문에 성공한 게 아니라 한국에 있지만,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자기 틀에서 고민할 수 있는 소재여서 성공한 것"이라며 "한국학이 가야 할 길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학이 지금까지는 학생·학과·교수 수 등 양적 성장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한국 사회나 역사·문화 분석 등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학계에 어떤 임팩트를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하는 단계"라며 "한국만 설명하는 게 아니라 그 비슷한 문제를 다룰 때 설명가능한 도구가 되는 등 질적 도약을 꿈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학장은 "한국학이 이웃 학문과 같이 할 수 있도록 말 걸기를 시도하겠다"면서 "한국과의 소통만 하는 게 아니라 옆의 학문과 말 걸기를 통해 한국학의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5월 역사문화학부 교수평의회 소속 동료 교수 70여 명에게 가장 많은 표를 얻어 학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앞으로 2년간 매주 학부 회의를 주재하고, 2주에 한 번씩 교수 평의회를 주재하며, 학기당 2차례는 총장 주재 전체 학장회의에 참석한다.
학장 선출은 2008년 베를린자유대 한국학과장으로 부임한 지 13년 만이다. 그가 부임한 이후 베를린자유대의 한국학 전공자는 25명에서 350명으로 13년만에 14배로 불어났다.
그동안 한국학과가 활발하게 성과를 냈고, 지난 2월부터는 동아시아 대학원장을 겸임하면서 중국학이나 일본학과와 교류를 확대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교내 '지식의 변동'이라는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7세기 지식을 만드는 기관이었던 서원(書院)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집트학이나 고고학 등 다른 분야 동료 교수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베를린 자유대 산하 12개 학부 중 역사문화학부 산하 학과들은 세계대학평가순위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역사학과는 영국의 고등교육평가기관 QS의 세계대학평가순위에서 독일 1위, 세계 23위를 차지했고, 고고학은 독일 2위다. 예술과 인문학 분야에서는 베를린 훔볼트대에 이어 독일 2위이자 세계 25위를 기록했다.
이 학장은 "우리 학부는 역사학과 고고학이 굉장히 강해 고대와 전근대 연구역량이 모두 최고인데, 이 강력한 연구역량을 어떻게 묶어서 융합, 공동연구가 잘될 수 있게 지원하고 보조할지가 학장으로서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속에 한국학이 어떻게 자리할 수 있을지 고심할 계획이다. 우선은 서원과 유교문화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면서 동아시아 전체로 확산시키는 등 한국학의 경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와 관련, 다음 달에 한국학연구소 주도로 유럽학계 내 한국 관련 연구 결과를 실을 수 있는 코리아 유럽 리뷰라는 학술 저널을 창간할 예정이다.
한국학의 경계를 넘어선 한국 관련 연구 결과를 실어 이웃 학문에 말 걸기를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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