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 검증 자격심사위 통과 어렵다고 판단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기조로 홍콩의 선거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한 가운데, 홍콩 최대 야당에서 차기 입법회(홍콩 의회) 선거 출마 희망자가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은 전날 오후 6시 마감한 입법회 선거 출마 희망자 신청에 아무도 접수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이 최종적으로 입법회 선거 후보자를 내지 않는다면, 이는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후 첫 사례가 된다.
입법회 선거는 오는 12월 19일 치러지며, 출마 신청은 이달 30일 시작한다.
다만, 출마를 희망한다고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국은 지난 3월말 홍콩의 선거제를 개편하면서 모든 공직선거 출마자의 자격을 심사하는 자격심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선거 출마를 희망하는 사람은 자격심사위의 검증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출마자' 자격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자격심사위는 지원자의 과거 행적, 홍콩과 중국 정부에 대한 충성심 등 '애국심'을 판단해 출마자를 추려낼 것이라고 앞서 홍콩 정부는 설명했다.
여기에다 기존 35명이었던 입법회의 직선출 의원 수가 선거제 개편으로 20명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홍콩 야권은 선거에 출마하려고 해도 자격심사위의 검증을 통과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있다.
많은 홍콩 야권 인사들은 중국 입맛에 맞게 개편된 선거제에서 출마에 '도전'하는 것은 구색맞추기용 들러리로 전락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홍콩 입법회에는 지난해 11월 민주진영 의원들이 동료 의원 4명의 자격 박탈에 항의해 총 사퇴하면서 현재 친중 진영만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제 개편으로 차기 입법회도 친중 진영으로만 채워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달 민주당은 입법회 선거에 출마 지원자를 낼 것이냐를 두고 논의를 펼쳤으나 결론을 내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은 선거 참여여부를 당론으로 결정하려고 했으나, 그때까지 출마 의사를 밝힌 당원이 없다는 이유로 결론을 내지 않았다.
대신 출마 희망자는 당원 40명의 추천을 받아야한다는 등의 지침을 마련하고 전날까지 출마 희망자 신청을 받았다.
이에 대해 친중 진영에서는 민주당이 당원의 출마를 막으려 하고 있으며, 이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소수 민주당원도 정당이라면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면서 당이 출마 기준을 너무 높였다고 비판했다.
라우시우카이(劉兆佳) 중국 홍콩마카오연구협회 부회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민주당에서 출마 후보를 내지 못하는 것 역시 중국이 개편한 선거제를 보이콧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중국이 이를 '저항'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민주당의 로킨헤이(羅健熙) 주석은 전날 밤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을 통해 그같은 주장을 일축하면서 해당 지침은 당의 통합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친중 진영 최대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DAB) 측은 SCMP에 "민주당이 선거를 포기한다고 세상이 끝나는 것이 아니며, 민주당이 민주진영 전체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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