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아시아 허브' 경쟁에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채택한 싱가포르가 엄격한 여행제한을 고수하고 있는 홍콩을 앞서 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블룸버그는 싱가포르와 홍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대응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면서 중국 정부를 의식한 홍콩의 강력한 여행제한이 결국 아시아 허브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홍콩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홍콩은 중국 본토의 관문이라면서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무관용 정책을 따를 것임을 재차 확인했다.
람 행정장관은 홍콩이 독자적으로 정책을 결정하지 못하고 중국 눈치를 본다는 비판에 홍콩이 금융중심지로서 역할을 매우 잘 수행하고 있다고 반박,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 전에는 여행제한 조치를 완화하거나 폐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홍콩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이라도 미국이나 영국 같은 나라를 방문하고 돌아오면 21일간 격리하고 있다.
반면 싱가포르는 백신 접종 완료율이 80%를 넘자 확진자 제로(0)보다는 위중증 환자 관리에 중점을 두고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를 밀고 나가는 동시에, 한국을 비롯해 다수 국가와 '무격리 입국'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오는 19일부터 미국과 영국, 프랑스, 캐나다, 덴마크,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등 8개 국가에서 오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들은 격리 없이 입국이 가능하도록 했다.
싱가포르는 지난달부터 독일과 브루나이를 대상으로 무격리 입국을 시작했으며, 내달 15일부터는 한국도 무격리 입국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9일 대국민 TV 연설에서 백신 접종을 통해 코로나19는 대부분에게 이제 더는 위험한 질병이 아니고 코로나19라는 공포로 마비될 필요가 없다며 '위드 코로나' 기조를 그대로 밀고 나갈 방침임을 밝혔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에 대한 상반된 대응으로 지역 허브로서의 홍콩의 미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특히 홍콩 국가보안법 등으로 인한 혼란 등을 경험했던 홍콩의 외국기업인들 사이에서 이런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광둥성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홍콩 중소기업연합회 명예회장 대니 라우는 홍콩이 코로나19 무관용 정책을 고수하면 아시아의 국제 금융허브 자리를 싱가포르에 빼앗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콩 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인 프레데릭 골로브는 2년째 크리스마스를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없게 된다면 홍콩 정책결정자들에 대한 신뢰도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1년 동안 역대 가장 많은 8만9천200명의 홍콩 주민이 해외로 이주했으며 홍콩 내 미국기업의 수도 1천267개로 3년 연속 감소했다.
램 행정장관은 올해 홍콩 내 외국기업 수가 9천49개로 역대 최다 수준으로 늘어났다고 밝혔지만, 새로 홍콩에 사무실을 낸 외국기업의 대부분은 중국기업이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편 싱가포르 항공은 당국의 여행 확대 조치 이후 회사 웹사이트 방문자가 급증하면서 지난 9일 웹사이트가 한때 다운됐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여행사 '챈 브라더스 트래블'은 여행 문의가 평소보다 5배 이상 늘었다면서 특히 한국·유럽 국가들에 대한 여행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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