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미래는?…교황, 3단계 대개혁 여정 착수

입력 2021-10-12 11:47  

가톨릭 미래는?…교황, 3단계 대개혁 여정 착수
여성 사제·사제 결혼·동성애 인정 등 '뜨거운 감자' 논의될 듯
평신도 의견 청취-공식 의제화-교황청 주교회의 토의' 3단계 여정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85)이 평신도의 견해를 폭넓게 청취하는 과정부터 시작해 주교들의 논의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신자들의 의견을 취합해 가톨릭의 미래를 결정하는 대개혁 여정에 착수한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교황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바티칸시국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집전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 개막 미사를 통해 향후 가톨릭이 나아갈 방향을 정하기 위해 전 세계 모든 가톨릭 신자들의 뜻을 모으는 2년에 걸친 대장정을 시작한다고 선포했다.


이 기간에는 여성 사제 서품, 사제들의 결혼, 동성애 문제 등 2천년 가톨릭 역사의 근본을 뒤흔들 폭발력을 지닌 '뜨거운 감자'를 포함해 다양한 문제들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BBC는 일부에서는 이번 작업이 모국어 미사 전면 허용 등을 결정한 1960년대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60년 만에 이뤄지는 가장 과감한 개혁 시도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3단계로 이뤄진 이번 여정은 전 세계 교구의 신도들로부터 광범위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 '청취 단계', 각 대륙별 주교들이 모여 평신도들의 논의한 의제를 공식화하는 공론화 단계를 거쳐 2023년 10월 교황청에서 주교들이 1개월 간 머리를 맞대고 공론화된 의제에 대해 토의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시노드'(세계주교대의원회의)로 불리는 주교들의 회합이 종료된 뒤에는 교황이 논의된 현안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결정 사항을 담은 '사도적 권고'를 작성해 배포하게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확실성이라는 방어벽에 갇혀 있지 말고, (변화를 위해)서로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당부했다.
교황은 이어 "우리는 이번 여정의 모험에 준비가 됐습니까? 아니면 우리는 '쓸데 없다'거나 '늘상 이런 식으로 해왔다'와 같은 익숙한 변명 뒤에 숨은 채 미지의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교황은 아울러 이번 과정이 가톨릭 신자들이 당면한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지적인 활동'에 그쳐서는 안된다면서, 변화를 두려워하면서 '현실 안주의 유혹'에 빠지지 말 것을 역설했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진보적 가톨릭매체인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는 이번 개혁 시도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신자들의 요구 사항을 해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이번 개혁 작업이 가톨릭의 근본 원칙을 흔들고, 부패나 신자수 감소 등과 같은 가톨릭이 당면한 중대한 문제들로부터 관심을 분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미국의 신학자인 조지 웨이겔은 미국 보수 가톨릭잡지인 '퍼스트 싱즈' 기고문에서 "2년에 걸친 가톨릭 내부의 자체적인 '수다'(chatter)가 믿음으로부터의 집단 이탈과 같은 교회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가톨릭계에서는 이번 논의를 통해 교회 내에서 여성의 역할 확대, 동성애 또는 동성 결혼 인정, 사제들에 대한 결혼 허용 등 가톨릭 내에서 찬반이 갈리는 논란거리뿐 아니라 빈곤 퇴치, 기후변화 등 가톨릭의 주된 관심사 등에 폭넓은 주제에 대한 토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BBC는 이번 작업으로 가톨릭 교회의 원칙에 갑작스러운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평신도들의 관심사가 교황청에서 논의되는 것을 허용하는 것만 하더라도 2천년 가톨릭 역사에서는 거대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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