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라 고베대 교수, 오사카서 열린 한반도 주제 세미나서 주장
"기시다, 韓에 양보하면서 관계개선 나설 인센티브 극히 부족"
오코노기 "역사 갈등, 제3자 포함 중재위서 절충안 마련이 최선"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얽히고설킨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우선 양국 교류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만연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인 기무라 간(木村幹) 고베(神戶)대 교수는 12일 오사카(大阪) 뉴오타니호텔에서 열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전망'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이런 주장을 내놓았다.
기무라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한일 양국이 목표로 해야 하는 것은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 이전이나 2019년 7월 (일본 정부의) 수출관리 조치 발동 이전으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은 2020년 2월 코로나19가 만연하기 시작한 이전 시기를 목표로 거기까지 확실히 돌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무라 교수는 "외교의 최대 목적은 양국 사람들이 서로 자유롭게 교류하고, 그 교류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이익을 얻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무라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우선은 (코로나19로 입국규제가 강화되기 전인) 2020년 2월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은 2018년 10월이나 2019년 7월 이전 상황까지 돌아가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고 실질적"이라며 "징용공(징용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와 위안부 문제, 나아가 수출관리 조치를 둘러싼 문제는 일단 뒤로 미뤄도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 출범 이후 한일 관계와 관련해 일본 내 한국에 대한 감정이 악화한 상황에서 새 정부가 징용 및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갈등 현안에 대해 "한국에 양보하면서까지 관계 개선에 나설 인센티브가 극히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기무라 교수는 또한 내년 3월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인 점을 언급하면서 "한일 관계에 관한 한국 정부의 자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일본의 새 정권으로서는 문재인 정권이 반년 남짓의 임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어떤 교섭을 시작해도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가 한국과의 교섭에 어느 정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냐가 한일 관계에서 중요하다며 대화가 시작되면 현재로선 최대 과제가 한일 교류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주오사카대한민국총영사관과 일본 리쓰메이칸(立命館)대학 동아시아평화협력연구센터가 공동 주최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慶應)대 명예교수는 세미나에서 징용·위안부 등 한일 역사 갈등과 관련해 한일 청구권 협정에 근거한 제3국 포함 중재위원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한일 양측이 동의하는 제3자 포함 중재위가 절충안을 마련하면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양국 국민을 설득할 수 있지 않겠냐"며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것보다 훨씬 온화한 수단이고, 현 상황에선 최선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1965년에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 3조는 협정에 관한 분쟁은 외교 경로로 해결하며 외교적 해결이 안 되는 경우 중재위원회의 결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어느 한쪽이 중재를 요청하더라도 반드시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징용 노동자 배상 확정판결 이후 일본 정부가 중재위 구성을 요구했지만, 한국 측이 응하지 않은 바 있다.
앞서 조성렬 주오사카 총영사는 인사말을 통해 한일 양국은 "차이점을 인정하는 가운데 협력을 통해 공통점을 넓혀 나가는 외교적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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