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방치돼 선체 부식 심화…110만 배럴 원유 유출 가능성
무역·조업 차질부터 물·식량·질병 등 전방위 폐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예멘 홍해에 6년째 방치된 초대형 유조선에서 원유 유출이 임박했으며, 이런 상황이 현실화하면 900만명이 물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탠퍼드 의대 등 연구팀은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임박한 홍해 기름 유출로 인한 공중 보건 영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는 예멘 내전으로 2015년부터 예멘 반군 거점지역인 호데이다 연안에 방치된 초대형 유조선 세이퍼의 부식이 심화함에 따라 안에 실린 원유 약 110만 배럴이 유출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5월 해수관 누수로 기관실에 물이 침투했고 선박 내 소방설비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로 누수나 연소로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만일 기름 유출이 현실화하면 전 세계 해운무역 10%가량을 책임지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무역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출된 기름 절반은 24시간 내 증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나머지는 6~10일 내 예멘 서쪽 연안에 도달할 것으로 봤다. 3주 안에는 그 범위가 남쪽 항구로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유출 2주 내에는 홍해 연안 호데이다 및 살리프 항구 폐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예멘 수요 중 38%에 달하는 20만t가량의 연료 수송도 위협받는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연료 가격은 80%가량이 상승하고, 900~990만명에 달하는 예멘 주민이 물 부족 사태에 시달린다고 내다봤다.
또 날씨 요인, 유출 정도, 폐쇄되는 항구 상황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식량 지원이 필요한 인구는 570만에서 840만명 사이로 예상했다.
유출에 따른 대기오염은 심혈관 및 호흡기 질환으로 이어져 입원 환자 중 겨울철엔 1천130만명, 여름철엔 1천950만명이 영향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밖에도 홍해 조업량과 산호초 생태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다.
연구팀은 유출 1주일 내 조업량 66.5~85.2%가 위협받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3주 내 이 비율은 93.5~100%까지 늘어나 어업이 전멸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유출된 기름으로 인한 환경 피해는 예멘을 넘어 사우디아라비아, 에리트레아, 지부티 등까지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유엔은 유조선 점검 등 구조 작업에 나서려고 하지만 후티 반군은 이에 맞서 선박 수리 등 유엔이 감당할 수 없는 조건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이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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