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의무화가 대규모 운항 취소사태 원인 아냐"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의 대표적인 저비용 항공사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직원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가운데 이 회사의 게리 켈리(66)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울며 겨자먹기식 조치였다"고 말했다.
켈리 회장은 12일(현지시간) 경제전문매체 CNBC에 출연해 "기업이 직원들에게 백신 접종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면서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연방정부 규정에 따르도록 요구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의무화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켈리 회장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이런 부류의 요구를 하는 것에 찬성해 본 일이 없고, 지금도 찬성하지 않는다"면서 "회사 운영을 이어가기 위해 대통령 행정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정부에 고용된 모든 공무원과 주요 항공사를 포함한 연방정부 계약업체 전직원에게 오는 12월 8일 이전에 코로나19 백신을 맞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지난주 5만6천 명에 달하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 오는 12월 8일까지 백신을 맞지 않으면 해고될 수 있다.
켈리 회장은 "직원 누구도 이 문제로 일자리를 잃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백신 접종을 당부했다.
그는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직원들은 건강상 이유 또는 종교적 신념을 설명하고 면제 승인을 받으라"면서 "백신 의무화의 목적은 건강과 안전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해고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백신 접종에 대한 보상으로 직원들에게 2일 치 급여를 추가 지불할 것이라고 켈리 회장은 밝혔다.
앞서 지난 8월 유나이티드항공이 미국 주요 항공사 가운데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다.
지난달 초 바이든 대통령이 백신 접종 의무화 방침을 발표했고 이어 아메리칸항공, 알래스카항공, 제트블루 등이 연방정부의 방침에 따라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다고 공표했다.
델타항공의 경우 다음 달 1일부터 백신 미접종자는 매달 200달러(약 24만 원)씩을 사측의 건강보험 비용 부담액으로 납부해야 한다.
한편 댈러스에 본사를 둔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지난 주말 시카고·볼티모어·덴버 등 주요 허브 공항에서 대규모 운항 취소 사태를 빚었다.
10일 하루에만 1천여 편, 9일부터 11일까지 총 2천200여 편의 항공편 운항이 취소돼 이용객들이 큰 혼란과 불편을 겪었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주가는 폭락했다.
일각에서는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발한 사우스웨스트항공 직원들이 항의 표시로 무더기 병가를 내면서 빚어진 일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그러나 연방항공청(FAA)은 백신 의무화 조치가 이번 혼란의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켈리 회장은 "백신 의무화에 대한 직원들의 입장이 분명하지만, 이번 사태의 원인은 아니다"라며 악천후와 플로리다 공항 항공 관제탑 문제를 원인으로 추정했다.
그는 "12일에는 취소 항공편 수가 전국적으로 84편에 그쳤다. 완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용객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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