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WHO에 러시아·중국 백신 신속 승인 촉구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미국이 내달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외국인에게 국경을 전면 개방하기로 하자 멕시코·캐나다 정부는 물론 3국 접경 주민들도 일제히 환영하며 기대감을 표했다.
AP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오전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의 국경 개방 계획을 환영하며 "많은 회의 끝에 국경 개방이 마침내 이뤄졌다. 우리는 일상을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빌 블레어 캐나다 공공안전부 장관도 "일상 회복을 향한 한 걸음 전진"이라며 미국의 국경 전면 개방을 반겼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후부터 19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국경 봉쇄는 하루 국경 통과자가 100만 명에 이르는 멕시코 접경 지역은 물론 3국 접경 지역 주민 모두에게 사회적,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혀왔다.
미국의 국경 봉쇄 후에는 화물트럭 운전사 같은 필수 인력만 국경 통과가 허용됐다. 이에 따라 3국 접경지역의 쇼핑몰과 관광업계 등은 교류가 끊기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베이커 연구소는 텍사스주의 국경 카운티들에서만 지난해 국경 봉쇄로 멕시코 쇼핑객과 방문자가 줄어 490억 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국경 봉쇄로 막대한 타격을 입은 3국 접경지역 지자체와 상공인은 물론 가족·친지와도 떨어져 지내야 했던 주민들은 국경 개방 계획에 벌써 큰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토드 글로리아 미국 샌디에이고 시장은 국경 봉쇄의 경제적 영향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컸다며 특히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봉쇄가 해제되는 점을 환영했다.
국경봉쇄 후 상점 40여 개가 문을 닫은 인구 2만의 소도시 애리조나주 노게일스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제시 폰테스 씨는 매출이 60% 줄어 직원을 7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며 국경 개방에 기대감을 표했다.
인구 3만5천의 소도시 텍사스주 델리오의 블랑카 라슨 상공회의소 이사는 소매매출에서 멕시코 방문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65%에 달한다며 "국경을 사이에 둔 우리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지역사회가 아니라 하나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멕시코는 미국 국경 개방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멕시코 국민 수백만 명이 이미 세계보건기구(WHO) 승인을 받지 못한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과 중국 칸시노 백신을 접종해 국경 개방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게다가 추가로 스푸트니크V 백신을 1천200만 명에게, 칸시노 백신을 3천500만 명에게 접종할 계획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WHO는 정치적, 이념적 편향 없이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며 WHO에 러시아와 중국산 백신을 신속히 승인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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