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츠 전 오스트리아 총리, 검찰 수사·연정 파트너 요구에 사임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세계 최연소 선출직 정부 수반, 젊은 귀재, 능력자, 이상적인 사윗감….
한때 그를 부르던 별칭이다.
뇌물 수수 및 배임 혐의.
승승장구하던 그의 날개가 꺾인 이유다.
얼마 전까지 오스트리아를 이끌다 사임한 제바스티안 쿠르츠(35) 전 총리의 이야기다.
준수한 외모와 수려한 말솜씨를 지닌 그는 말 그대로 유럽 청년 정치의 얼굴이었다.
쿠르츠 전 총리는 16세였던 지난 2003년 중도 보수 국민당의 하위 기구인 청년 국민당에 입당하면서 정치에 발을 내디뎠다.
빈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하던 그는 정치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학업을 중단했고, 곧 빈 시의회 의원, 내무부 소속 사회통합 정무차관, 외무장관 등을 거치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2017년 5월 당 대표까지 맡은 그는 5개월 뒤 치러진 총선에서 국민당을 제1당(득표율 31.5%)으로 만들었고, 제3당이었던 극우 자유당과 연립 정부를 구성해 2017년 12월 세계 최연소 선출직 정부 수반이 됐다.
물론 위기는 있었다.
2019년 5월 자유당 소속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전 부총리의 부패 동영상 추문이 터진 것.
슈트라헤가 2017년 스페인 이비사섬에서 러시아 재벌의 조카라는 여성에게 정부 사업권을 대가로 재정 후원을 요구하고 정치자금법 규정을 피할 방법을 제안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오스트리아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이 스캔들에 쿠르츠 전 총리는 연정을 깨고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결과는 성공.
2019년 9월 치러진 선거에서 쿠르츠 전 총리가 이끄는 국민당(득표율 37%)은 다시 다수당이 됐다.
그는 총선에서 4위를 차지한 녹색당과 손을 잡고 새로운 연정을 구성, 지난해 1월 다시 한번 총리 자리에 올랐다.
당시 만 33세였던 그는 최연소 정치 지도자 타이틀도 되찾았다.
일각에서는 좌·우 연정 출범에 회의적인 눈길을 보내기도 했지만, 쿠르츠 전 총리는 녹색당 출신의 베르너 코글러 부총리와 함께 탄소세 도입 등 공약을 실천하며 2년 가까이 정부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자신에 대한 의혹이다.
검찰은 지난 5월 슈트라헤 전 부총리의 스캔들과 관련해 쿠르츠 전 총리가 의회 조사위원회에서 위증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6일에는 쿠르츠 전 총리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자신에게 호의적인 보도를 위해 한 신문사에 광고비 명목으로 재무부 자금을 사용한 혐의가 있다며 수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쿠르츠 전 총리는 이러한 혐의를 부인하며 계속 총리직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같은 국민당 소속 장관들도 그를 계속 지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깨끗한 정치를 표방해온 연정 파트너 녹색당이 등을 돌리면서 결국 그는 지난 9일 자진해서 사퇴했다.
그렇다고 쿠르츠 전 총리의 정계 활동이 멈춘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물러나면서 후임으로 자신과 수년간 함께 일해온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외무장관을 추천했다.
아울러 국민당 대표와 의원으로 정치에 계속 참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에 야당은 그가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 분석가 파트리크 모로는 AFP 통신에 "쿠르츠는 여전히 강력한 위치에 있고 총리직에 복귀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토마스 호퍼 정치 애널리스트도 "국민당에는 쿠르츠를 대체할 인물이 없다"며 총리직 복귀 여부는 "그 자신뿐만 아니라 사법 당국의 수사에도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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