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 관영매체가 미국에 상장된 자국 증권사를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지적한 뒤, 관련 회사의 주가가 급락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인터넷판인 인민망은 14일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을 맞아 국제 온라인증권사는 어디로 갈 것인가' 제하 기사를 통해 이러한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근 몇 년간 다수의 중국 기업이 미국이나 홍콩에 상장하면서 해외 증시에 대한 중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고, 중국인들의 보유자산 증가에 따른 해외투자도 급증하고 있다는 게 인민망 설명이다.
이러한 가운데 애플리케이션의 개인정보 수집·사용 관련 위법 사항을 관할하는 중국 기관이 2019년 통지를 통해 라오후(老虎)증권과 푸투(富途)증권 등 미국에 상장된 자국 증권사의 앱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시정을 요구한 바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들은 해외에 상장된 중국 최대의 온라인 증권사들로, 라오후증권과 푸투증권에는 각각 중국 빅테크인 샤오미(小米)와 텐센트(騰迅)가 투자했다.
푸투증권 측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푸투증권 앱 가입자는 1천550만명을 넘고 자산을 예치한 고객도 100만명 이상이다.
인민망은 푸투증권 앱에서 계정을 만들려면 중국신분증·은행카드·안면인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이메일·직장·학력·연간소득·자산 등 다수의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 상장사를 통해 고객 정보가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 등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중국의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르면 업체가 해외에 개인정보를 제공할 경우 관련 기관의 안보 평가나 개인정보 보호 인증 등을 통과해야 하고, 이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라오후증권 등 해외주식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국 업체와 관련,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가 2016년 해외 투자 위험성을 지적한 적도 있다고 인민망은 전했다.
당시 증감회는 "적격 국내 기관투자자나 '후강퉁(?港通·상하이와 홍콩 증시 교차거래)' 메커니즘 외에 어떠한 국내외 기구도 국내 투자자에게 해외증권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민망 보도가 나간 뒤 14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에서 라오후증권(Up Fintech Holdings)과 푸투증권의 모회사인 푸투홀딩스(Futu Holdings) 주가는 각각 21.19%, 12.41% 급락했다.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두 증권사는 규제당국의 요구에 따른 시정을 완료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푸투 측은 또 자체 정기검사 뿐만 아니라 규제당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라오후증권은 관련 분야 전문가와 변호사를 별도로 고용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개인정보보호법과 데이터보안법 시행은 중국이 앤트 그룹의 기업공개(IPO) 불허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중국 당국은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인 디디추싱(滴滴出行)이 지난 6월 말 미국 증시에 상장한 직후 이 회사에 대해 '국가 데이터 안보 위험 방지, 국가 안보 수호, 공공이익 보장' 등을 이유로 '인터넷 안보 심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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