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세종학당 배출 '1호 현지 교원' 귤사 에르사힌 씨
세종학당·중학교 방과 후 한국어 수업에 현지 교사로 강의
(앙카라=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보며 혼자 한국어를 익히던 터키 소녀가 현지에서 첫 터키인 한국어 교사가 됐다.
14일(현지시간) 터키 앙카라의 한국문화원에서 세종학당 한글 교사 귤사 에르사힌(25) 씨를 만났다.
귤사 씨는 세종학당 재단의 현지인 한국어 교원 양성 과정을 수료하고 올해 9월 현지 교원으로 정식 채용됐다. 세종학당이 길러낸 '1호 현지 교원'인 셈이다.
"아무래도 제가 첫 번째 (한글 교사)다 보니 책임감이 많이 느껴져요. 저한테 기대하시는 것도 많아서 부담되는 점도 있고요. 그래도 열심히 해보려고 해요."
귤사 씨가 한국어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였다. 고등학생 때 친구가 추천해 준 '꽃보다 남자'를 보며 한국의 매력에 빠졌다고 했다.
"정말 재미있어서 드라마를 잘 보려고 혼자 한국어를 공부했어요. 친구하고 한글로 비밀일기도 썼고요. 또 제 할머니의 삼촌이 한국전쟁 참전용사에요. 그래서 더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이후 귤사 씨는 앙카라대학교 한국어문학과에 진학했고, 2016∼2017년 교환학생으로 국민대 국어국문학과에서 공부했다. 한국 생활은 터키에서 지내는 것처럼 편안했다고 했다.
"정말 터키에서 사는 것 같았어요. 가족과 떨어져 산다는 것을 빼면 어렵지 않았고 낯설지도 않았어요. 동아리에서 엠티도 갔고 한국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귤사 씨는 현재 세종학당의 한글 초급반 수강생 33명과 앙카라 중학교의 방과 후 수업 학생 24명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교단에 서보니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 귤사 씨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본인이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하는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방과 후 수업 시간에 한국의 태극기를 소개했어요. 그런데 한 학생이 태극기의 의미를 물어서 깜짝 놀랐어요. 저는 그 나이 때 그런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어요."
학교 수업 시간에 배운 6·25 전쟁에 대한 질문이나 한국의 교육 제도, 발전된 기술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는다고 했다.
한국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는지 묻자 "한국어책을 더 많이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스탄불이나 앙카라 같은 대도시에서는 어느 정도 한국어책을 빌릴 수 있는데 작은 도시나 시골에서는 쉽지 않아요. 한국에서 책을 주문하려면 너무 비싸고요. 한국에서 책을 더 지원해주시면 한국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더 쉽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을 거고 그중에 저 같은 한국어 선생님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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