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한미일 대북 공조 강화 의견일치…납치문제 협력 요청"
"의사소통은 계속되지 않으면 안돼…다만 대면 정상회담 결정된 것 없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15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일제 강점기 징용과 일본군 위안부 소송에 관해 "이들 문제에 관한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문대통령과 통화한 뒤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한반도 출신 노동자(징용 등 피해자) 문제와 위안부 문제 등에 의해 일한(한일) 관계는 계속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일본 총리관저가 정상통화 관련 발표문에 담은 내용과 다르지 않다.
일본 측이 구체적 표현까지 공개하지 않았으나 맥락상 기시다 총리는 징용이나 위안부 문제는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며 '일본이 수용할만한 해법을 한국이 제시해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기자들에게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관해 "국제적 약속, 나라와 나라의 약속 또는 조약, 국제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이런 관점에서 한국 측에 제대로 된 대응을 부탁하고 싶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의사소통을 꾀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역의 엄중한 안전보장 환경 속에서 북한 대응을 비롯해 한일, 한미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불가결하다는 견해를 밝혔고 두 정상은 한일·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에 관해 의견 일치를 이뤘다고 총리관저가 발표문을 통해 전했다.
아울러 기시다 총리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이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문 대통령이 이와 관련한 일본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총리관저는 전했다.
문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과제에 함께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시다는 기자들에게 "일한의 의사소통은 제대로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대면 정상 회담은 현 단계에서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통화는 기시다 총리의 취임 인사를 겸해 이날 오후 6시 40분부터 약 35분간 이뤄졌다고 일본 측은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통화 초반에 문 대통령이 취임 당일 축하 서한을 보내준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명했고 문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의 취임을 다시 축하했다.
애초 양국은 두 정상이 14일에 통화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나 서로의 사정을 조율하지 못해 이날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양국 정상이 대화를 나눈 것은 올해 6월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당시 일본 총리가 인사한 후 약 4개월 만이다.
기시다 총리가 취임 후 문 대통령과 통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와 첫 통화는 작년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당시 총리 취임을 계기로 이뤄진 한일 정상의 통화와 비교하면 사흘 늦었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미국·호주·러시아·중국·인도·영국 등 6명의 정상과 통화 또는 화상통화를 했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