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제안 제시 필요 지적 속 '이미 했다' 입장 강조 차원 관측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과 미국간 대화의 돌파구가 열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북한에 구체적 제안을 했다고 연일 공개 언급하면서 발언의 속뜻과 실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에 논의를 위한 구체적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자세히 말할 위치에 있는 구체적 메시지나 제안은 아니다"라며 '구체적 제안'의 실체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그러면서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미국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도 북한과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다가 "사실 우리는 북한에 구체적 제안을 했고 반응을 기다릴 것이다. 북한의 접촉을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과 관련한 질문에 통상 외교적 접근을 강조하는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하는데 연이틀 북한에 구체적 제안을 했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았다.
발언만 놓고 보면 미국이 구체적 제안을 위해 최근 북한과 별도의 접촉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4월 말 대북정책 검토가 끝났다고 발표하면서 북한에 대북정책 설명을 위한 접촉을 제안했는데 아직 답을 받지는 못한 상태다.
그러나 미국이 추가 접촉 시도를 통해 대화 모색을 위한 구체적 제안을 했다기보다는 기존의 접촉 시도를 통해 제시했던 것을 구체적 제안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은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온다면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다며 제재 완화를 비롯한 북한의 요구도 테이블에 올려놓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협상 재개 자체를 위해 북한에 강력한 유인책을 제시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이스 대변인이 언급한 구체적 제안이 북한을 움직이기 위한 미국의 새로운 '당근'일 가능성이 크지 않은 이유다.
'구체적 제안'이라는 표현이 언급된 상황을 살펴보면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탠다.
'구체적 제안'이라는 말은 지난달 30일 보도된 워싱턴포스트(WP)와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인터뷰에도 미 고위 당국자의 발언으로 등장한다.
WP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정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협상 테이블에서 북한에 내놓을 구체적인 것들을 제시하기를 권하며 종전선언을 예로 들었다.
익명의 미 고위 당국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구체적인 것을 제안하지 않았다는 아이디어를 반박했다는 게 WP의 보도다.
이 당국자는 북한과의 전제조건 없는 만남에 대해 준비돼 있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접촉을 통해 우리는 북한에 논의를 위한 구체적 제안을 했으나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과의 교착이 길어지면서 미국이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에 구체적 제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이어지자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구체적 제안을 한 것'이라며 응수하는 셈이다.
미국은 북미 관계가 계속 겉도는 것에 대해 미국에 일정 정도 책임이 있는 것으로 비치는 상황에 대한 부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우리가 현상 유지 상태라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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