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 바다 작은 플랑크톤으로 대체되며 CO₂고정·어로 영향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플랑크톤이 극지로 이동해 바다 생태계에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ETH 취리히) 환경물리학 그룹의 박사후연구원 파비오 베네데티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해수 온도 상승에 따른 플랑크톤의 변화를 예측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네이처와 ETH 취리히에 따르면 연구팀은 통계 알고리즘과 기후모델을 토대로 다양한 자료를 취합해 식물 및 동물성 플랑크톤 860여종의 분포 지도를 만들고 미래 바다에서 어떤 종이 어느 곳에서 번성할지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우선 수온이 오르면 식물성 플랑크톤과 동물성 플랑크톤 모두 번식 조건이 좋아져 많은 해역에서 생물 다양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식물성 플랑크톤의 경우 북극해를 제외한 모든 바다에서 16% 이상 증가했다. 동물성 플랑크톤은 수온이 섭씨 25도를 넘는 열대와 아열대 바다에서는 줄어드는 대신 아한대 바다에서는 강하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열대와 아열대 바다의 플랑크톤이 고위도 바다로 10년에 35㎞씩 이동하면서 낮은 수온에 적응하고 있던 플랑크톤 종의 40% 가까이를 대체하면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곳은 어장이 몰려있는 데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해 고정하는 탄소 순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베네데티 박사는 이와 관련, "일부 해역에서는 플랑크톤 종이 늘어나 긍정적인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고위도 해역에서 체계가 잘 잡혀있는 해양생태계의 존재와 기능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규조와 요각류 플랑크톤을 대상으로 기후변화가 크기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고위도와 중위도 해역에서 작은 플랑크톤이 늘어나며 종도 다양해지지만 큰 플랑크톤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플랑크톤의 크기와 종의 변화는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어로 수확량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지적됐다.
이와 함께 플랑크톤의 크기가 작아지면 CO₂ 고정 기능도 약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북극해에 서식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은 열대 바다에 서식하는 것보다 크고 무거워 사체나 배설물이 상대적으로 빨리 심해로 가라앉는다. 이 과정에서 광합성으로 흡수한 CO₂가 깊은 바다에 갇히게 되는데, 작은 플랑크톤은 가라앉는 속도가 느려 부패를 통해 CO₂를 다시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그러나 플랑크톤의 변화가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줄지는 제시하지 못했다.
베네데티 박사는 "지금 알아낼 수 있는 것은 특정 해역이 생태계 서비스가 달라졌을 때 얼마나 중요한지와 생태계 서비스가 미래에 바뀔 것인지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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