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기독교계 정당 LF 배후로 지목…LF "받아들일 수 없다" 부인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벌어진 총격 사건의 배후를 둘러싸고 종파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총격 사건으로 피해를 본 이슬람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시아파 정당 아말 운동은 반복적으로 기독교계 정당인 '크리스천 레바논 포스'(CLF 또는 LF)를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헤즈볼라 고위 당국자인 하셈 사피에딘은 전날 총격사건 희생자 장례식에서 "학살은 LF의 소행이다. 그들은 내전을 촉발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종파 간 갈등에 끌려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순교자의 피가 헛되게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례식 참석자들은 헤즈볼라 깃발을 흔들기도 하고 허공을 향해 총을 쏘기도 했다.
LF는 측은 헤즈볼라의 주장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LF 당수인 사미르 게아게아는 레바논의 소리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총격사건 전날 당 정치그룹 회의가 열렸지만, 총격 사건 모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사건 발생 장소에 LF 당원들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그 지역에 항상 당원들이 있다"면서 "군 당국이 (먼저 총격을 가한) 저격수를 잡았으니, 그들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는 군이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게아게아 당수는 친헤즈볼라 성향의 최대 기독교계 정당 자유애국운동(FPM) 소속인 미셸 아운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아운 대통령이 (총격사건 후) 전화를 걸어와 상황을 안정시켜달라고 했다"며 "이는 (LF가 이번 사건의 배후라는) 헤즈볼라의 주장과 똑같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4일 베이루트 남쪽 교외의 타유네에서는 헤즈볼라와 아말 운동이 주도한 시위가 열렸다.
지난해 8월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를 주도하는 법관 교체를 요구하기 위해 모인 시위대를 겨냥한 저격수의 총격이 있었고, 이어 헤즈볼라 대원들이 소총과 수류탄 투척기 등을 동원해 반격하면서 총격전이 몇 시간 동안 이어졌다.
총격전으로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모두 7명이며, 부상자도 30여 명에 달한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레바논 국영 뉴스통신사 NNA를 인용해 당국이 총격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19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체포된 용의자 중 1명이 시리아인이라는 것 이외에 다른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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