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정착촌 주민, 팔레스타인 주민간 분쟁
열매 훔쳐가거나 나무 훼손하고 때로 유혈 충돌도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에서 올해도 팔레스타인 주민과 유대인 정착촌 주민 간에 치열한 '올리브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요르단강 서안에 있는 야수프 마을에서 올리브 수확 중이던 팔레스타인 일가족이 유대인 정착촌 주민 40여 명으로부터 공격을 당했다.
공격자들은 팔레스타인 주민 가족에게 돌을 던져 차량을 부수고 여성에게 최루액을 뿌리는가 하면, 신분증을 빼앗기도 했다.
공격은 경찰이 출동해 공격자 중 일부를 체포한 뒤에 일단락됐다.
또 같은 날 사우스 헤브론 힐스의 유대인 정착촌 주변에서는 반대로 팔레스타인 주민 8명이 정착촌 주변에서 17세 유대인 소년을 집단 공격했다.
소년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올리브나무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관리도 거의 할 필요 없는 작물이다.
그래서 한 치의 양보 없이 영토 전쟁을 벌이는 팔레스타인 주민과 유대인 정착촌 주민은 오래전부터 자신들의 땅을 표시하고 지키기 위해 경쟁적으로 올리브 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수확 철이 되면 양측이 자주 충돌한다. 올리브 수확과 관련이 없는 충돌도 종종 벌어진다.
상대측 올리브 열매를 훔쳐 가거나 아예 나무를 불태우거나 가지를 잘라내 훼손하는 경우도 있다.
충돌이 유혈 사태로 커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올해도 서안의 올리브 전쟁은 치열했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예시 딘에 따르면 올해 올리브 수확이 시작된 이후 유대인 정착민이 연루된 충돌은 17건이 벌어졌다.
이 가운데 5건은 올리브 나무를 베어 내거나 불을 지른 경우였고, 7건은 정착촌 주민이 팔레스타인 주민의 올리브 열매를 몰래 훔쳐 간 사례였다.
나머지 5건은 올리브 수확을 방해하거나 올리브밭 진입 자체를 막아선 채 실랑이를 벌인 사건이다.
이스라엘 집권 연정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담당하는 베니 간츠 국방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폭력 사태를 비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간츠 장관은 "이스라엘군에 정보기관 신베트 및 경찰과 협력해 폭력을 체계적으로 막으라고 지시했다"며 "이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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