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위드코로나] ⑩ '백신 없는 공존' 받아들여야 하는 아프리카

입력 2021-10-18 09:05  

[지구촌 위드코로나] ⑩ '백신 없는 공존' 받아들여야 하는 아프리카
남아공 제외하고 경제난에 어쩔 수 없이 코로나와 공존
백신 접종 완료율 5%…검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코로나 타격이 심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외출 시 마스크를 쓰는 것을 빼곤 사실상 방역 대책을 모두 풀었다.
인구가 약 6천만명인 남아공의 하루 확진자 수는 델타 변이가 확산하던 올해 6∼7월 3차 감염 파동 때는 2만명이 넘었지만 최근엔 수백 명 대로 잦아들었다.
남아공은 팬데믹으로 침체된 경제를 재개하기 위해 이달 1일부터 봉쇄령 단계를 가장 낮은 1단계로 내렸다.
밤 12시 이후 통행금지가 남아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규제가 풀려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1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려를 무릅쓰고 실내 행사 허용 인원을 250명에서 750명으로, 옥외는 500명에서 2천 명으로 크게 늘렸다.
이 때문에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 식당가에선 만석인 곳을 여기저기 볼 수 있다. 경제 중심 도시 요하네스버그 역시 요식업은 팬데믹 이전으로 거의 돌아갔다.
남아공은 특정국 외국인 입국자에 대해 의무 격리를 하지도 않고 휴대전화 추적을 이용해 철저한 역학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 등에서 체감 통제 수위는 한국보다 훨씬 낮다고 할 수 있다.
남아공은 봉쇄·거리두기 단계를 낮추면서 디지털 백신 접종 증명서를 도입했다.
스포츠 경기와 같은 대중 행사에 가려면 이 증명서가 필요하다.
남아공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전체 인구의 17.5%로 한국은 물론 유럽, 미국 등 서방 선진국보다 낮지만 아프리카에선 최상위권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가장 산업화한 남아공을 제외하면 대륙 전체적으로 볼 때 상황은 좋지 않다.
빈국이 많고 의료 체계가 부실하고 다른 대륙에 비해 백신 접종률이 현저히 낮은 탓에 위드 코로나 단계로 전환하기엔 불안한 상황이지만 경제난으로 어쩔 수 없이 봉쇄를 해제해야 하는 형편이다.
아프리카는 백신 공급난과 부작용에 대한 반감 탓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비율이 13억 인구의 5% 정도밖에 안 된다.
남부 아프리카 잠비아는 지난해 11월 유로화 국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한다고 선언해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팬데믹 여파로 국가 부도를 냈을 만큼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공식적으로 위드 코로나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쓰기는 어렵지만, 실제론 백신 접종률이 낮은 데도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선 코로나와 공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동아프리카 부룬디의 경우 그동안 백신 접종을 거부하다가 이제야 첫 접종에 들어가는 상황이다.
동부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 있는 에티오피아도 티그라이 내전 탓에 북부 지역에선 아예 코로나19 방역을 거론할 수도 없다. 나머지 지역에서도 봉쇄령은 없고 마스크를 쓰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정도다.
다행히 아프리카 대륙은 전반적으로 델타 변이 고비를 넘어 상황에서 확진자가 최근 안정화하는 추세이긴 하다.
그러나 이는 검사 수가 부족해서라는 설명이 나온다.
대륙 중부의 콩고민주공화국에선 최근 하루 확진자가 20여 명이지만 검사건수는 1천500∼1천700건에 불과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프리카에서 집계되는 코로나19 확진자는 실제의 7분의 1에 그친다는 연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이 추산대로라면 아프리카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약 5천900만 명이 된다. 현재 공식 집계된 아프리카의 확진자는 850여만명이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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