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드란게타 연루 의심 대마초 불법경작지서 겨울잠쥐 대량 발견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마피아에겐 쥐류가 특별 메뉴?'
이탈리아 경찰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마피아 조직의 마약 밀매 수사를 위해 남부 칼라브리아주의 불법 대마초 경작지를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의외의 동물을 발견했다.
몸체 길이 10㎝가 채 안 되는 작은 겨울잠쥐 사체였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에 따르면 사체는 한 마리씩 포장돼 경작지 별채의 냉동고 안에 저장돼있었다. 총 200마리가 넘는 수였다. 포동포동하게 생육 중인 겨울잠쥐도 10여 마리 발견됐다.
주로 유럽에서 서식하는 겨울잠쥐는 생쥐와 비슷한 생김새의 포유류로,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긴 겨울잠을 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털이 수북한 꼬리가 쥐와 구별되는 이 동물은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다.
이탈리아도 겨울잠쥐의 포획·사냥·취식 등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칼라브리아를 포함한 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은밀하게 취식 행위가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칼라브리아를 근거지로 두고 활동하는 국제 마피아 조직 '은드란게타'도 예외가 아니다.
경찰은 이번에 발견된 겨울잠쥐가 은드란게타 일당의 취식용으로 대량 보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야생동물보호단체에 따르면 은드란게타는 분파 조직 간 분쟁이 생겼을 때 마련되는 화해 만찬 등 중요한 식사 테이블에 겨울잠쥐 요리를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뇌부가 겨울잠쥐 요리를 먹으면서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는 설도 있다.
겨울잠쥐 식용 전통은 고대 로마제국 때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에는 부유층이 즐기는 고급 요리로 대접받았다고 한다. 통상 내장을 빼낸 뒤 다진 돼지고기와 마늘 등으로 속을 채워 요리된다.
은드란게타는 2000년대 들어 세력을 급속히 확장하며 시칠리아섬을 거점으로 한 '코사 노스트라'를 제치고 이탈리아 최대 마피아 조직으로 부상했다.
은드란게타의 전통적인 수익 기반인 마약 거래망은 대서양 넘어 아메리카 대륙까지 뻗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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