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파트너 돼준 목사 부인에 감사하기 위해 교회 찾아가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가 일요일이던 17일(현지시간) 오후 늦은 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브루클랜드 침례교회에서 열린 한 행사에 깜짝 참석했다.
이 교회 목사인 찰스 잭슨의 봉직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백악관에서 800km가량 떨어진 이 행사장을 직접 찾은 것이다.
18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여사의 방문은 잭슨 목사의 부인인 로빈 잭슨에게 감사를 표하려는 목적이 강했다.
바이든 여사가 아들을 잃은 뒤 신앙생활을 포기했을 때 함께 기도하며 신앙심을 다시 찾을 수 있게 한 이가 바로 로빈이었다는 것이다.
바이든 여사는 델라웨어주 검찰총장을 지내며 촉망받던 장남인 보 바이든을 2015년 뇌암으로 먼저 보냈다. 당시 아들의 나이는 46세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적 후계자로 여기며 '내 영혼'이라고 부를 정도로 끔찍이 아끼던 아들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첫째 부인 닐니아 헌터와 사이에 자녀 3명을 뒀으나 1972년 교통사고로 부인과 딸을 잃었다. 남은 두 아들 보와 헌터는 크게 다쳤지만 목숨을 건졌다.
질 바이든 여사 입장에서 보는 자신이 직접 낳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갖은 정성을 들여 가슴으로 키워낸 자식이다.
바이든 여사는 전날 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보를 먼저 보낸 이후 배신당한 느낌에 신앙을 잃었고, 이후 교회를 다니지도, 기도를 하지도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던 2019년 5월 바이든 여사는 로빈을 알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열흘 후 사우스캐롤라이나를 방문했다가 이 교회에서 로빈을 만난 것이다.
로빈은 바이든 여사에게 함께 기도해주는 파트너가 돼 주겠다고 했다. 이후 두 사람은 정기적으로 소통했고 함께 기도했다.
로빈은 이후 2년 반 동안 매주 수요일 바이든 여사에게 문자 메시지로 기도 문구를 보내거나 그녀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알렸다. 바이든 여사는 아무리 바빠도 답장을 보냈다.
바이든 여사는 로빈의 노력이 자신의 삶을 바꿨다고 말했다. 바이든 여사는 "로빈이 말할 때 마치 하나님이 '좋아, 질. 충분한 시간을 가졌고 이제 집에 올 시간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로빈의 친구와 가족은 바이든 여사의 방문을 미리 알았지만 로빈에게는 비밀로 했다. 로빈이 갑자기 교회 밖에 경비요원이 늘어난 이유를 묻자 가족들은 그녀에게 이곳 출신 하원 의원이 방문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때 바이든 여사가 빨간 장미 꽃다발을 들고 교회로 걸어 들어왔다. 또 나무 의자의 맨 앞줄에 잭슨 목사 부부와 함께 앉아 한 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행사에 참석했다.
바이든 여사는 보가 1년간 투병하는 내내 생존의 희망을 잃지 않았지만 마지막 기도마저 통하지 않자 교회 가는 일을 멈췄다. 미국민이 보내준 격려 편지도 뜯지 않은 채 옷장 안 가방에 넣어뒀다.
바이든 여사는 로빈을 만난 순간 신앙을 회복할 길이 있겠다고 처음으로 느꼈다고 한다.
그는 "부러짐의 한가운데 있을 때는 스스로 치유하는 것이 절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실은 혼자 치유할 수는 없지만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하는 하나님과 함께한다면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여사는 "로빈의 친절과 자비, 품위가 내 마음의 굳은살을 밀어냈고, 내 신앙심이 겨자씨처럼 다시 한번 커질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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