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시기 9→10월로 늦춘 전략 유효…기재부, 후일담 공개
(세종=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Thirty?(30bp?)" "No. Thirteen(아니요. 13bp입니다)" "Unbelievable!(믿을 수 없네요!)"
기획재정부가 13억 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한 지난 7일. 한 외신 기자는 유로채를 역대 최저인 가산금리 13bp(1bp=0.01%포인트)로 발행한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기재부 실무자에게 두 번이나 반문했다고 한다.
19일 기재부는 이 같은 내용의 외평채 발행 후일담을 공개했다.
기재부는 지난 7일 오전 10년 만기 미국 달러화 표시 외평채 5억 달러와 5년 만기 유로화 표시 외평채 7억 유로를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10년물 달러채의 경우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에 25bp를 더한 1.769%, 5년물 유로채의 경우 5년물 유로 미드스왑에 13bp를 더한 -0.053%다.
달러채 가산금리는 지난해 50bp에서 올해 25bp로 낮아졌고, 유로채 가산금리도 작년 35bp에서 13bp로 축소돼 모두 역대 최저 수준을 경신했다.
기재부는 당초 외평채 발행을 9월 초로 계획했다. 투자자들이 여름 휴가 후 투자를 재개하는 데다가 발행 여건이 양호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시점에 정부가 앞장서서 분위기를 반전하는 것이 정책 수단으로서 외평채의 역할이라고 판단해 발행 시기를 10월로 늦췄고 결과적으로 이런 전략이 유효했다고 기재부는 평가했다.
실제로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테이퍼링 가시화 외에 중국 헝다 사태, 미국 부채 한도 문제, 공급 병목 및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시장 변동성은 당초 예상보다 많이 확대됐다.
기재부는 "다소 모험이었지만, '쉬운 길을 가지 않겠다'는 선택을 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외평채의 진가가 더욱 빛났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고 소개했다.
입찰 초반 달러채권에 대해 아시아 투자자 주문을 받을 때는 중국 국경절 휴무 영향 등으로 입찰이 저조해 실무자 사이에는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오후 4시께 유로화 그린본드 입찰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유로채 주문이 발행물량 대비 최대 7배까지 증가했고, 그때까지 부진하던 달러채 주문도 동반 호조 속에 최대 6배까지 늘어났다.
기재부는 "유로화 그린본드는 아시아 정부 최초 발행이라는 희소성이 크게 어필했고, 그린뉴딜·넷제로 등 우리 정책도 그린본드 매력을 제고시켰다"고 설명했다.
외평채 투자자 구성이 과거 아시아 지역, 신흥국 투자 펀드 위주에서 유럽 지역, 중앙은행 등 우량 투자자 중심으로 바뀐 것도 주목할 점이다.
안정성, 장기보유 위주 투자자들의 비중이 늘어난 것은 외평채가 안전자산으로 인정받고 있고,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그만큼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기재부는 부연했다.
결국 우량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발행 절차 막판에 공격적으로 가산금리를 축소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투자자들의 강한 요청으로 막판에 발행물량도 늘렸다.
당초 내부에서 계획한 발행 규모는 각각 5억 달러와 5억 유로로 총 11억 달러 규모였다.
가산금리를 대폭 축소했음에도 다수가 주문을 유지했고, 최종 유효 주문이 달러 4배, 유로 6배에 이르렀다.
발행물량이 시장 예상만큼 많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간사 사이에는 물량확보 경쟁도 발생했고, 흥행물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까 우려한 투자자들이 주간사를 압박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정부는 투자자 네트워크 강화, 발행 후 유통시장 안정 등을 고려해 특히 우량 투자자가 많았던 유로화 채권을 7억 유로로 증액했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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