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소녀 상징 3.5m 인형에 환대·불안 동시에 드러낸 유럽

입력 2021-10-19 11:58  

난민소녀 상징 3.5m 인형에 환대·불안 동시에 드러낸 유럽
시리아∼영국 8천㎞ 이동 '리틀 아말'…"난민 인형에도 위협 느껴"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9살 난민 소녀를 상징하는 3.5m 크기의 꼭두각시 인형 '리틀 아말'이 유럽 대륙을 횡단해 영국 도착을 앞두고 있다.
리틀 아말은 이 여정에서 환대를 받기도 했지만, 때때로 실제 난민 소녀들이 겪는 유럽인의 적대감을 보여줬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말은 아랍어로 '희망'이란 뜻으로, 세계적으로 유형한 인형 극단 '핸드스프링 컴퍼니'가 제작했다. 시리아 난민 아동 구호의 시급성을 알리기 위해 7월 말 시리아에서 출발해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등을 거쳐 영국까지 8천㎞를 이동하는 프로젝트를 위해서다. 실제 난민들이 지나는 경로를 따른 것이다.
리틀 아말은 그동안 많은 온정과 지지를 받았다.
터키와 시리아 국경의 가지안텝에 있는 난민캠프를 방문했을 때는 난민 소녀들이 전등을 밝혀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탈리아 내 바티칸 시국에서는 교황을 만나 악수했고, 벨기에 브뤼셀에선 어린이 수천 명한테서 난민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는 편지를 받았다.

긍정적인 경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스 중부 라리사를 지날 때였다. 어린이 300여명이 모여 리틀 아말의 도착을 환영했지만, 극우주의자들이 갑자기 나타나 리틀 아말을 향해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지역 의원들은 리틀 아말이 그리스 정교회 수도원 방문을 금지해야 한다고 표를 던지기도 했다.
아테네에선 리틀 아말의 경로 수정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고, 프랑스 칼레 시장은 리틀 아말의 존재에 문제를 제기했다.
리틀 아말 프로젝트의 프로듀서 욜란다 마르코풀루는 그리스에서의 경험에 대해 "우리가 수도원으로 무슬림적인 요소를 가져간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9살짜리 아이의 모습을 담은 인형에 대해서도 위협을 느끼는 모습을 보는 것은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리틀 아말이 환영받지 않는다는 것, 난민들도 어디서든 환영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며 "그리스에서 일어난 일은 실제 난민들에게 벌어지는 일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리틀 아말은 이제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실제 난민과 달리 리틀 아말은 잘 포장돼 트럭을 타고 합법적으로 바다를 건널 것이기 때문에, 영국 정치인들의 관심을 끌지는 않을 것이라고 가디언은 예상했다.
올여름 보트로 수천명의 난민이 도착했던 영국 포크스턴에서 합창단이 리틀 아말을 맞이할 예정이다. 리틀 아말은 이후 런던에서 성 바오로 대성당(세인트폴 대성당)과 로얄 오페라 하우스 등을 방문한 뒤 맨체스터에서 8천㎞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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