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기 첫 사례…주변 물질 빨아들이는 블랙홀 등 강착 천체 이해에 도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태양계 밖 외계행성을 찾아내기 위해 우주에 배치된 '행성 사냥꾼' 테스(TESS)를 통해 30분만에 빛을 잃는 백색왜성이 발견됐다.
백색왜성은 태양을 비롯해 질량이 크지 않은 대부분의 별이 수소 연료를 모두 소진하고 항성 진화 마지막 단계에 맞게 되는 형태로, 주변을 도는 동반성(짝별)의 물질을 빨아들이며 밝아졌다가 수일이나 수개월에 걸쳐 빛을 잃지만 이처럼 짧은 시간 내에 어두워지는 것이 관측된 것은 처음이다.
영국 더럼대학교에 따르면 '외부은하센터'(CEA)의 시몬 스카링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외계행성탐색 우주망원경인 테스로 약 1천400광년 떨어진 곳의 백색왜성 쌍성계 'TW 픽토리스(Pictoris)'를 찾아낸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발표했다.
TW 픽토리스는 크기가 작은 짝별과 백색왜성으로 구성돼 있다. 백색왜성은 짝별로부터 수소와 헬륨을 공급받는 '강착 원반'(accretion disc)으로부터 물질을 빨아들일 때, 즉 강착을 할 때마다 밝아진다.
테스는 외계행성이 항성 앞을 지나는 이른바 천체면 통과(transit) 때 별빛이 줄어드는 것을 포착해 행성의 존재를 파악하는데, TW 픽토리스 백색왜성의 별빛이 변하는 것을 보고 외계행성이 아닌 항성을 찾아냈다.
백색왜성의 강착원반은 짝별의 물질을 상시로 빨아들여 이것만으로는 짧은 시간에 밝기가 극적으로 변하기 어려운데, 연구팀은 백색왜성 표면의 자기장이 재구성된 데 따른 결과물인 것으로 분석했다.
별빛이 밝은 '온'(on) 모드일 때는 백색왜성이 강착원반에서 물질을 흡수하고 갑작스럽게 '오프'(off)로 전환되면 밝기가 곤두박질하는데, 이때는 자기장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원심 장벽이 강착원반에서 백색왜성으로 물질이 흡수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설명했다.
백색왜성은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온 모드가 되면서 밝기가 밝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링기 박사는 "강착 백색왜성에서 나타난 밝기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느리고 수일에서 수개월에 걸쳐 발생했다"면서 "TW 픽토리우스의 밝기가 30분 만에 급격히 떨어지는 것만으로도 이전에는 보지 못한 이상한 것이고, 강착원반에서 물질을 흡수하는 과정에 대한 지금까지의 이해로는 전혀 예상 못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치 스위치를 켰다 껐다 하는 것처럼 보이는 과정은 이전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현상으로 "(지구 크기의 백색왜성보다) 훨씬 더 작은 중성자별과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블랙홀을 비롯한 다른 강착 천체가 주변의 물질을 빨아들이는 과정과 자기장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백색왜성이 중성자별보다 더 흔해 다른 사례를 통해 강착 과정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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