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 거부 후 은퇴하면 퇴직금 없다" vs "압력에 굴복 말라"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3대 도시 시카고가 공무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강하게 밀어부쳤지만, 마감일까지 '백신 접종을 마쳤다'고 보고한 공무원은 전체의 3분의2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9일(이하 현지시간) 주요 언론에 따르면 시카고 시의 공무원 백신 접종 상태 보고 마감 시한인 지난 15일 자정까지 전체 공무원 3만1천483명 가운데 2만5천15명이 접종 증명서를 제출하거나 미접종 사유를 보고한 것으로 집계됐다. 접종 상태 보고율이 79%에 그친 셈이다.
보고자 가운데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 84%, 나머지 16%는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2차례 접종이 요구되는 백신을 1차례만 맞았다고 밝혔다.
결국 전체 공무원의 약 66%만 백신 접종을 완료한 것으로 보고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처별 보고율은 경찰 공무원이 64%로 가장 낮았고, 이어 소방 공무원이 72%로 두번째 낮았다.
경찰 공무원의 36%, 소방 공무원의 28%가 로리 라이트풋 시장(59·민주)의 접종 상태 보고 지시에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시카고 선타임스는 설명했다.
경찰 공무원 1만2천770명 가운데 4천543명이 보고를 거부했다.
보고를 마친 8천227명 가운데 6천894명이 '접종 완료'했다고 밝혔고, 1천333명은 '미접종' 또는 '미완'으로 보고했다. 경찰 공무원의 백신 접종률은 절반을 조금 넘는 53.9%다.
마감일까지 백신 접종 상태를 보고하지 않았거나 미접종 또는 미완으로 밝힌 공무원은 지난 18일 담당 부서장으로부터 '최후 경고'를 받았다.
라이트풋 시장은 "설득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기회를 잡지 않은 공무원들을 19일부터 순차적으로 무급 행정처분을 적용하기 시작했다"며 "끝까지 마음을 바꾸지 않으면 경찰 공무원이든 일반 공무원이든 조사 후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 당국은 백신 접종 의무화에 대한 거부 표시로 은퇴하는 경찰관들에게 퇴직금을 포함한 은퇴 혜택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경찰 인력 감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으나 라이트풋 시장은 "올 연말까지는 주 2회 검사로 백신 접종을 대체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비상 계획이 있다. 치안 유지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일선 경찰관들에게 당분간 휴가를 쓰지 말도록 권고한 상태다.
또 일리노이주 법 집행기관 연합체 '일리노이 법 집행 경보 시스템'(ILEAS)은 시카고 인근 10여 개 도시의 경찰 당국에 "유사시 시카고를 지원하라"는 이메일을 보냈으며, 시카고 시를 관할하는 쿡 카운티 보안관청도 이미 지원에 나선 상태라고 WGN방송은 보도했다.
이와 관련 존 카탄자라 시카고 경찰노조위원장은 노조원들에게 "압력에 굴하지 말고 소신을 지키라"며 의무화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시장이 노조 측과 아무런 협의 없이 백신 의무화 조치를 내린 것은 단체협약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라이트풋 시장은 "노조가 경찰관들을 오도하고 있다. 태업 또는 파업을 부추겨 시카고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일리노이 주법상으로나 노사계약상 시카고 경찰의 파업은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경찰노조와 라이트풋 시장은 맞소송을 걸어놓은 상태다.
한편 미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시카고 외에 로스앤젤레스와 시애틀 등도 공무원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와 관련 경찰과 시 당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경찰력 감소에 따른 치안 약화 우려가 일고 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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