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의 자유' 얻었더도 마윈 옛 영향력 회복 어려워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지난해 10월 대담하게 공개 석상에서 금융당국을 신랄하게 비판한 이후 중국에만 머무르던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이 현재 중국을 떠나 스페인에 체류하고 있다고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전날 홍콩 잡지 동주간(東週刊·East Week)의 보도에 이어 알리바바그룹이 소유한 SCMP 역시 같은 내용을 보도함에 따라 마윈의 스페인행은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SCMP는 19일 밤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마윈이 환경 문제와 관련한 농업과 기술 연구 차원에서 현재 스페인에 머무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마윈이 스페인에 가기 전 홍콩에서 가족과 함께 조용히 '사적인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그간 출국이 금지된 것으로 알려진 마윈의 해외여행이 당국의 알리바바 규제 완화를 시사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알리바바의 주주인 체리 라이는 SCMP에 "이는 (중국) 규제 당국이 알리바바와 관련한 그들의 문제를 해결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라고 해석했다.
작년 10월 '설화'(舌禍) 사태 이후 그가 해외여행을 떠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윈이 해외여행의 자유를 얻었다는 전해진 19일에는 디지털 경제를 규제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메시지가 발표됐다.
SCMP 보도에 앞서 동주간은 19일 마윈이 지난 16일 전용기를 타고 홍콩에서 출발해 스페인으로 갔으며 유명 휴양지인 이비사섬으로 이동한 뒤 자신의 초호화 요트를 타고 출항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작년 10월 말 마윈의 정부 공개 비판 직후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 상장을 전격 중단시켰고 이를 신호탄으로 해 인터넷 기업을 중심으로 여러 분야의 민영 기업 규제를 대폭 강화 중이다.
작년 11월 이후 그가 세운 알리바바 그룹은 중국 당국의 인터넷 기업 규제 강화의 '시범 케이스'가 됐고 마윈은 활발했던 대외 활동을 거의 중단하는 등 사실상 '유폐' 생활을 했다.
알리바바는 지난 4월 당국으로부터 역대 최고인 3조3천억원의 반독점 벌금을 부과받았지만 앤트그룹의 금융지주사 전환 등 알리바바그룹을 둘러싼 당국의 여러 압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는 2019년 알리바바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이후에도 압도적 카리스마를 가진 창업자 겸 대주주로서 계속 '마윈 제국'으로 불리는 알리바바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하지만 지난 1년간 그는 매우 많은 것을 잃었다.
당국의 규제로 알리바바에 대한 마윈의 영향력이 대폭 축소되면서 그가 알리바바 및 중국 경제계에서 과거와 같은 위상과 영향력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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