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폐의혹으로 타격…시카고시장 3선 도전 앞두고 정계 떠나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일미국대사로 지명한 람 이매뉴얼(61) 전 시카고 시장에 대한 미국 상원의 인사청문회가 20일(현지시간) 개최된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한때 대권도전설까지 나돌았던 이매뉴얼 전 시장이 지난 2018년 정계를 떠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맥도널드 사건이 발생한 지 7년째 되는 날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맥도널드 사건이란 시카고에 사는 흑인 10대 소년 라쿠안 맥도널드가 절도 혐의로 경찰에 쫓기다 16차례 총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을 말한다.
사건 발생 당시 시카고 시장 재선 도전을 앞두고 있던 이매뉴얼 내정자는 흑인 민심의 동요를 막기 위해 유가족에게 500만 달러(약 59억 원) 보상금을 쥐여주고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산 바 있다.
그는 정치적인 치명타에도 불구하고 2016년 일찌감치 시카고 시장 3선 도전을 선언하고 선거자금을 1천만 달러(약 118억 원) 이상 끌어모았으나 2018년 9월 맥도널드 사건의 피고인인 제이슨 반 다이크 전 경찰관에 대한 재판 시작일,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계를 떠났다.
AP통신은 이매뉴얼 내정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맥도널드 사건 관련 해명에 시간과 노력을 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신은 "연방하원의 급진좌파 의원들과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의회(NAACP), 시민운동가 등은 이매뉴얼 임명에 반대하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날 시카고 경찰청 앞에서도 일부 시민들이 이매뉴얼 전 시장의 주일대사 지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은 상원 인사청문회 표결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매뉴얼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은 가결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매뉴얼은 1980년대 말, 리처드 M.데일리 전 시카고 시장의 선거자금 모금책으로 정계와 인연을 맺었다. 유대계 인맥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모금 능력으로 빌 클린턴(1992)과 버락 오바마(2008)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크게 기여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선임고문, 일리노이 연방하원의원을 거쳐 오바마 행정부 초대 비서실장으로 일하면서 '백악관 실세', '오바마의 오른팔' 등으로 불렸다.
그는 22년간 시카고 시장을 지낸 데일리가 불출마를 선언하자 백악관을 나와 출사표를 던졌고, 2011년 선거에서 당선된 뒤 2015년 재선에 성공했다.
한때 그는 2016년 또는 2020년 대권 도전설까지 나돌았으나 독단적인 시정 운영과 막후 정치에 대한 비난을 샀고, 맥도널드 사건 은폐 의혹과 함께 정치 생명을 마감했다.
퇴임 후 이매뉴얼은 정치 평론가, 투자은행 고문 등으로 활동했다.
시카고 선타임스는 지난달 이매뉴얼이 공개한 개인 재정 보고서를 인용, 그가 시카고 시장 퇴임 이후 지금까지 1천300만 달러(약 153억 원) 수입을 올렸다고 전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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