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자르는 나무칼, 판자 뚫는 나무못…철만큼 강한 목재 개발

입력 2021-10-21 00:01  

고기 자르는 나무칼, 판자 뚫는 나무못…철만큼 강한 목재 개발
나무 약한 부분 제거하고 23배 더 강한 강화목재 만들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식탁의 접시 위에서 쓰는 스테이크용 칼은 주로 철로 돼 있다. 세라믹 재질도 있고 일회용으로는 플라스틱도 이용되지만, 대부분은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다.
하지만 이런 스테인리스강의 자리를 넘보는 나무칼이 나왔다. 나무못도 가능하다고 한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재료과학자 리텅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보통 나무보다 23배 더 단단한 강화 목재를 이용해 스테인리스강으로 된 스테이크용 칼보다 3배 가까이 더 예리한 나무칼을 만든 결과를 과학 저널 '물질'(Matter)에 발표했다.
저널 발행사인 '셀 프레스'에 따르면 이 나무칼은 중간 정도나 잘 익힌 스테이크를 일반 식탁용 칼처럼 쉽게 자를 수 있고, 씻거나 갈아서 다시 사용할 수 있어 식탁용 칼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같은 강화 목재로 나무못도 만들었는데, 판자 3개를 거뜬히 뚫고 들어갔다. 일반 쇠못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나무로 돼 있어 녹이 슬지 않는 장점을 갖고있다.
연구팀은 새로운 방법으로 강화 목재를 만들어냈지만, 기본적인 나무 처리 방식은 찌고 압축하는 등 수백 년간 활용돼오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리 박사는 "나무의 주요 성분인 셀룰로스(섬유소)는 세라믹이나 금속, 중합체 등과 같은 대부분의 가공된 물질보다 밀도 대비 강도가 높은데, 기존 목재 이용법은 이런 잠재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물에 사용되는 목재가 셀룰로스보다도 강도가 약한데 이는 셀룰로스가 나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5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셀룰로스보다 분해되기 쉬운 헤미셀룰로스와 나무를 단단하게 만드는 리그닌 등 약한 부분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를 염두에 두고 강한 셀룰로스 구조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약한 부분을 제거할 방안을 모색했다.
그 결과, 1단계에서는 화학 처리로 리그닌을 제거하고, 부드럽고 질척해진 목재에 2단계로 열과 압력을 가해 밀도를 높이고 수분을 제거했다.
이렇게 처리된 강화 목재에는 물에 저항성을 가진 오일을 입혀 셀룰로스가 물을 흡수하지 못하게 했다.

<YNAPHOTO path='AKR20211020135300009_05_i.gif' id='AKR20211020135300009_1001' title='강화 목재를 이용한 나무못 시연 ' caption='[Bo Che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구팀은 물질의 강도는 공동이나 구멍 등과 같은 결함의 크기나 밀도에 민감한데, 고해상도 현미경을 이용해 강화 목재의 미세구조를 분석한 결과 2단계 공법은 이런 결함을 크게 줄이거나 제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기는 하나 강화 목재 처리 과정이 다른 인공재료를 처리하는 것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환경적으로도 오염물질을 덜 배출한다고 강조했다.
강화 목재 가공 1단계에서 리그닌을 제거할 때 화학 물질에 담가놓고 100도로 가열하는 데 그치지만 세라믹을 만들려면 수천 도로 가열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설명했다.
리 박사는 "도마나 젓가락 등처럼 주방에는 오랫동안 사용해온 나무 용품이 많다"면서 "나무칼 역시 닦고 갈아서 쓰면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강화 목재가 나무 칼이나 나무못을 넘어 앞으로는 흠집이 나지 않고 마모가 안 되는 바닥재로도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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